국편 “중학교 26명ㆍ고교 21명
현행 집필진 수보다 많다” 강조
시대별 구성 인원 등도 비공개
“깜깜이 제작” 비난 거세질 듯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이 교수ㆍ연구원, 현장교사 등을 포함해 총 47명으로 확정됐다. 중학교 역사는 26명, 고교 한국사는 21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편찬을 전담할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집필진 이름과 소속은 물론 시대별로 배정된 필자의 숫자조차 밝히지 않았다. ‘밀실 편찬’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편은 23일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공모 결과 및 중ㆍ고등학교 별 집필진 구성 내역을 공개하고, 중학교 역사1ㆍ2(교사용 지도서 포함) 집필진 26명,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진 21명 등 총 47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4~9일 진행한 공모와 학계 원로 및 중진을 대상으로 벌인 초빙절차를 통해 최종 선정된 집필진을 발표한 것이다. 공모에는 교수ㆍ연구원 37명, 현장교원 19명 등 총 56명이 지원해 약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그 가운데 최종 17명이 선발됐다. 초빙을 통해선 30명이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사실상 ‘밀실 편찬’을 공식화 했다. 국편은 집필진 명단 공개 시기와 방법에 대해 “집필진과 논의해 결정하겠다”면서 “기존 검정교과서는 심의 통과 뒤, 초등 국정교과서는 집필완료 후 현장검토 과정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작 초기단계에 필진을 공개한 전례가 없는 만큼, 비공개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국편은 이와 함께 ▦공석인 상고사 대표집필자 초빙 여부 ▦시대별 집필 인원 ▦정치ㆍ경제ㆍ헌법ㆍ군사 등 현대사에 참여하는 타 분야 학자 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참여 사실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교과서의 신뢰 정도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사안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제작’이란 여론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거센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국정화를 강행해 집필진 공개 여부는 점점 더 중요해졌다”며 “정부는 저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우려하는데, 거리낄게 없는 제대로 된 분들을 모셨다면 이런 식의 대응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편은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평균 집필진 수(고교 7.4명)에 비해 국정교과서가 21명으로 더 많아 최신 연구결과 등 역사적 통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며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필이 10명선에 그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검정체제의 집필진 수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21명 가운데 우선 상고ㆍ고대ㆍ고려ㆍ조선ㆍ근대ㆍ현대사 등 6개 시대 중 현대에만 최소 5명 이상의 필진이 포진했을 가능성이 유력한 데다, 원로급으로 구성될 대표필진 중 5명은 중ㆍ고교를 겸하고 있어 총괄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급조된 데다 비역사전공자들이 다수 참여해 교과서의 통일성과 완성도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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