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의 유일한 30대 사령탑 최태웅(39) 현대캐피탈 감독은 침착한 승부사다.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고배를 마셔도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그는 ‘초보답지 않은 침착하고 냉철한 지략가형 수장’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그도 부당한 판정 앞에서는 한치의 양보 없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최태웅 감독은 2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16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심판의 경고에 적극 재심을 요청하며 V리그 처음으로 판정을 뒤집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1,2세트를 모두 가져왔지만 3세트는 중반까지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3세트 7-10로 뒤쳐진 상황에서 OK저축은행 김정훈(33)의 서브에이스가 인(IN) 판정을 받자 최태웅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는 정심, 스코어는 7-11로 더 벌어졌다. 이어 주심은 최 감독이 경기를 지연시켰다며 현대캐피탈 벤치를 향해 옐로카드를 들어올렸다. 최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을 ‘고의 지연’으로 본 것이다. 주장 문성민(29)을 통해 옐로카드의 이유를 들은 뒤 당황한 표정으로 경기 기록관석을 찾은 최 감독은 “아웃이냐 아니냐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어서 비디오판독을 했다. 근데 이게 왜 딜레이(경기지연)냐”고 항의하며 재심을 요청했다.
그는 주심의 항변에 “내가 저기서 보고 비디오판독을 했는데 왜 딜레이냐”며 맞서기도 했다. 최 감독이 판정에 대해 강하게 어필한 것은 부임 이후 처음이다. 재심 요청을 받아들인 경기 감독관은 논의 끝에 “재심 결과 (최태웅 감독의) 정당한 행위로, 옐로카드가 아닌 것으로 판독됐다”며 주심의 판정을 철회했다.
V리그에서 재심은 심판이 규칙ㆍ규정을 잘못 적용하거나 기록에 문제가 발생할 때 해당 팀 감독이 요청할 수 있다. 감독관은 요청이 타당할 경우 이를 받아주도록 돼 있지만 그간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단호하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봤을 땐 아무 이상 없었는데 딜레이라는 경고가 나와서 항의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심 요청으로 경기는 5분 가량 중단됐다. 감독이 팽팽한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3세트 OK저축은행에 끌려가던 현대캐피탈은 역전극을 펼치며 세트를 매조졌다. 현대캐피탈은 3-0 완승을 거두며 OK저축은행에 시즌 첫 연패를 안겼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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