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이 희생된 13일 파리 테러와 지난달 말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해 탑승객 224명이 사망한 러시아 여객기 사고 등 최근 이슬람국가(IS)가 자행했다고 밝힌 대형 테러들에는 과거 IS의 행적과 다른 특이점이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등 IS의 본거지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벌인 ‘국제적인 테러’라는 사실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철통 같은 대 테러 시스템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이들의 테러 방식은 사뭇 알 카에다의 테러수법들과 닮아 있다. 이는 여타 테러조직들과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IS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2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유럽의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파리 테러와 러시아 여객기 폭파 사건은 IS가 시리아 내 지도부와 해외 조직원들이 손발을 맞춰 권역 밖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벌인 첫 번째 테러들이다”고 보도했다. IS의 테러작전이 지도부는 해외 하부조직에 충분한 자원을 지원하고 전략방향과 교육시스템을 ‘원격 조종’으로 하달한 후 작전 시행 시점과 세부 전술 등은 알아서 결정해 테러를 감행하도록 맡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알 카에다와 해외 테러 경쟁에 있어 뒤지지 않기 위해 중앙 지도부와 해외 하부 조직이 유기적으로 상응하는 방향으로 자체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이번 파리테러 현장에서 전술을 기획하고 세부 작전을 실행한 주범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수 차례 시리아 IS 공식 대변인인 아부 무함마드 알 아드나니와 전자기기로 소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지도부와 해외 조직원의 지휘체계가 갖춰졌음을 지적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아담 쉬프 의원(민주당)은 “IS는 초창기 자신들의 세력을 굳히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후 지명도가 쌓이자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이제 지도부와 해외지부가 손발을 맞춰 특정 작전을 기획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 주간 이코노미스트도 22일 “미국 등의 공습으로 시리아와 이라크 본진에서 큰 타격을 입은 IS가 활로를 찾기 위해 외부 공략에 치중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8월 이후 미국 등의 공습으로 시리아 조직원 2만여 명이 사망해 중동 내 세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지자 IS가 러시아와 프랑스 등 원거리 목표를 설정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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