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운용조건 악화에도 ‘중수익 제공’ 경쟁 심화
AA 이하 저신용등급 채권 보유비중 5년새 16%포인트↑
“금융위기로 보유채권 처분 못하면 상환불능 위험”
한국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해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파생결합증권 시장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증권사들이 상품운용 과정에서 유동성 및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보유를 크게 늘리고 있어 자칫 투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파생결합증권 상환을 위해 운용 중인 채권(올해 3월말 현재 47조7,000억원) 가운데 최고 신용등급인 AAA등급 비중이 2010년 말 43.2%에서 올해 3월말 25.8%로 크게 하락했다. 또다른 우량채권인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 비중은 25.5%에서 26.5%로 제자리걸음이었다. 반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AA등급 및 A등급 이하 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각각 6.2%포인트, 10.0%포인트 늘어난 30.2%, 17.4%를 기록했다. AA등급 이하 운용비중은 중소형 증권사(자산 3조원 미만ㆍ65.0%)가 대형사(32.0%)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증권사의 저신용 채권 보유 비중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증권사 간 경쟁심화로 파생결합증권 판매수수료율이 하락했음에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약정수익률을 크게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채권금리 하락, 수수료 수입 감소 등 악화된 조건에서 은행 예금이자보다 4%포인트가량 높은 수익을 제공하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신용ㆍ저유동성 채권 보유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고경철 한은 결제리스크팀 과장은 “금융위기 발생 시 보유채권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곤란해질 수 있다”며 “특히 소액결제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가 결제에 실패하면 지급결제시스템 자체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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