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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로 되살아난 트럼프

입력
2015.11.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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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급진 수니파 이슬람국가(IS)가 지지율 하락 위기에 빠졌던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살려내고 있다. IS의 파리 테러로 미국인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초강경 발언을 내뱉는 트럼프 지지율과 당선 가능성이 또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abc와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32%)가 공화당 지지계층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2위는 여전히 벤 카슨(22%)이 차지했으나, 테러 직전 접전을 벌이며 일부 지역에서 역전까지 했던 판세가 다시 트럼프 독주로 변화했다. 반면 마르코 루비오(11%ㆍ플로리다)와 테드 크루즈(8%ㆍ텍사스) 상원의원, 젭 부시(6%)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의 지지율은 상위 두 명 주자에 크게 못 미쳤다.

공화당 주요 후보 지지율.
공화당 주요 후보 지지율.

미국 50개주 가운데 코커스가 가장 먼저 시작하는 아이오와 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22일 현재 트럼프 지지율은 25.7%로 카슨(21%)을 4.7%포인트나 앞서고 있다. 지난달 말 이 지역에서 카슨(29.2%)이 트럼프(20.6%)를 크게 압도했던 걸 감안하면, IS의 파리 테러가 트럼프에 유리하도록 공화당 대선 판도를 뒤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기세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파리 테러 이후 무슬림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 붙이는 과격한 발언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9.11 테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질 때 무슬림들이 환호하며 기뻐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뉴저지의 저지시티에서 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것을 TV로 봤다. 아랍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파리 테러 이후 무슬림 사원 등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무슬림 테러 용의자에 대해 물고문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에게 자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물고문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인질을 참수하거나 바다에 익사시키는 등 IS의 악행을 상기시킨 뒤, “그들이 우리에게 한 짓, IS에 참수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물고문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심문기법, 아주 강한 심문기법(물 고문)을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리 테러 이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안보’를 꼽는 비율이 45%까지 치솟는 등 미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트럼프의 좌충우돌 행보가 공화당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에서 자신을 몰아내려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 ‘무소속’ 혹은 ‘제3당 후보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중산층 이하 백인 계층에서의 인기에도 불구,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트럼프를 공화당 차원에서 중도 탈락시키려 한다면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협박인 셈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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