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말을 하고 싶은데…."
아이유의 서울 단독 콘서트 이틀째인 2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 이 공연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아이유, 거세게 몰아친 논란 이후 처음으로 그에게 마이크가 손에 쥐어진 날이었다. 가수에게 공연장 마이크는 노래를 전달하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청중과 대화의 수단이기도 한다.
가장 할 말이 많았을 아이유였다.
꼭 한 달 전 '챗셔'의 앨범이 발매된 이후 아이유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음원 차트 '줄세우기'로 시작한 달콤함도 잠시, 출판사의 글 하나로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예술계와 학계, 문학계 인사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한 대중 가수의 음반을 놓고 언제 이러한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치열했다. 편을 가르듯 재해석의 자유, 다른 한쪽에선 저급한 컨셉트라고 소리쳤다. 애초부터 아이유는 그랬다는 색안경도 등장했다.
불과 공연 2~3주 전에 생겨난 일이다. 막바지 준비로 온갖 정신력을 발휘해도 모자를 시기에 데뷔 이래 가장 큰 풍파를 감내해야 했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애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앨범이라서 더욱 아팠다. 또 새 앨범 기념 콘서트라서 논란의 곡을 불러야 하는 것도 마지막까지 부담이었다.
이 날 한층 수척해진 모습이 그간의 고통을 대변했다. 본래 가녀린 어깨는 더 야위었고 양 볼은 패어있었다. 하지만 장황한 말들은 가슴에 묻어뒀다. 단지 고맙다는 말로 대신했다. '제제'의 무대는 "변함없이 사랑하는 곡"이라며 초반에 소화했다.
아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싶은데…. 뭐라고 말 해도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안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저 여러분이 정말 고맙다"며 허리를 숙였다.
그 고마움을 전제로 새로운 다짐도 했다.
"정말 나를 이렇게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올해 가장 절실하게 느꼈다. 첫 날 콘서트를 마치고 집에 가서 가만히 생각했다.
'앞으로 이러한 것을 갚으면서 살기에도 20대가 빠듯하다. 지쳐도 지치지 않고,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아야 겠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말 20대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갚으면서 살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확대 해석과 오해 속에서 조목조목 반론하고 하소연 할 수 있다. 자신의 팬 앞이라면 더 없이 좋은 자리다. 아이유의 선택은 달랐다. 앨범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쏟아냈듯, 자신의 작품에 대한 풀이 역시 열어두었다. 감사의 마음이든 고통이든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겨놨다.
그러면서 아이유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이제 말 말고 눈으로 보여주겠다. 또 음악으로…. 이 얘기를 듣는 사람들은 조금 지나서 깜짝 놀랄 준비해도 좋다"고 약속했다.
오프닝 무대 '새 신발'부터 앵콜곡 '마음'까지. 이날 아이유는 무대마다 혼신을 다했다. 높은 음을 소화하기 위해 핏줄을 세웠고 힘이 모자라면 온몸을 비틀어가며 열창했다. 20여곡을 모두 소화한 뒤에는 무대 좌우를 달려가며 객석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다. 2시간 40분 이어진 공연을 마치고, 눈물이 없기로 소문난 아이유의 눈시울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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