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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 유일한 희망... 올림픽 영웅 계보 이을래요”

입력
2015.11.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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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전북의 심종섭(왼쪽)과 최우수신인상을 차지한 강원 이규성. 파주=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제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전북의 심종섭(왼쪽)과 최우수신인상을 차지한 강원 이규성. 파주=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한국에서 육상은 여전히 ‘배고픈’ 종목이다. 스타의 부재, 얕은 저변, 국민들의 무관심, 높은 세계 무대의 벽과 싸워야 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여전히 육상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많다. 충북의 에이스 심종섭(24)도 마찬가지다.

심종섭은 21일 파주 통일촌에서 막을 내린 제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이하 한반도 역전마라톤)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했다. 그는 이달 초 열린 2015 중앙서울마라톤에서 풀코스(42.195km)를 완주하고 난 뒤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4개 소구간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앙서울마라톤을 2위로 마무리한 뒤 가벼운 조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지만, 특유의 승부 근성을 발휘해 이번 대회에서도 이를 악물었다. 4개 구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선수는 심종섭이 유일하다.

심종섭의 투혼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부터 배고픔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심종섭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2년 뒤 뒤늦게 입학한 중학교에서 달리기를 접했고, 어느새 전북체고의 중거리 간판으로 성장했다. 최경열 감독과 김재용(이상 한국전력) 코치는 빠른 스피드와 근성을 갖춘 심종섭을 마라토너로 영입했고, 그는 누구보다 빨리 성장했다. 두 번째 도전한 풀코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 심종섭은 2014 서울국제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마라토너로 급부상했다.

MVP 트로피를 품에 안은 심종섭은 “내게 마라톤은 유일한 희망”이라며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거 아니면 안 된다’라는 일념으로 뛴다”고 말했다. 이제 심종섭은 2016년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로 나서 한국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 이봉주의 계보를 잇겠다는 각오다. 김재용 코치는 “내년 봄까지 2시간 8~9분대 진입을 목표로 동계훈련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우수신인상은 강원의 중거리 유망주로 떠오른 이규성(17)에 돌아갔다. 한반도 역전마라톤 출전 직전 도내에서 열린 강원역전마라톤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에 오른 바 있는 이규성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감 없이 재능을 발휘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실업팀 주자들과 경쟁해 3개 소구간을 승리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파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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