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포함 지역 대부분 수혜지로 거론
나들목 인근 아니면 땅값 오를 가능성 많지 않아
장기간 돈이 묶여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감안해야
6년간 묵혔던 ‘서울~세종고속도로’ 사업이 재개될 거란 발표가 19일 있었습니다. 집단대출 심사 강화, 분양 폭탄 후유증 우려 등 슬슬 불안감이 엄습하던 건설업계는 4대강 이후 최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라는 대형 호재에 다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시장은 벌써 들썩입니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구리-서울강동-하남-성남-광주-용인-안성-천안-세종을 지나는데요. 노선에 포함만 돼도 수혜지로 거론이 됩니다.
당장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렸던 용인 지역만 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최근 대림산업이 6,80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를 분양했는데요 청약 완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약 때는 포기 가구가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사업 발표 후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회사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대규모 분양이라 계약이 위태위태했는데 사업 발표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걱정을 한시름 덜어낸 겁니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와 동탄2지구,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미사강변도시 등은 집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거래를 철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안성 일대에선 발표 당일부터 토지 매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중개업소에 쇄도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지나면 일대 땅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미리 땅을 선점하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토지 투자는 아파트보다도 불확실성이 큽니다. 고속도로 건설이 2단계에 걸쳐 2025년 개통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10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토지는 팔고 싶을 때 마음대로 팔 수도 없으니, 돈이 장기간 묶여있을 공산이 크다는 얘깁니다.
더구나 고속도로를 지나는 모든 땅이 ‘금값’이 되진 않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나들목(IC) 주변의 땅값만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지금으로선 나들목이 어느 지역, 어느 지점에 날 지 결정된 게 없습니다. 무턱대고 땅부터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인근 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장기투자’와 ‘분명한 목적’, 이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단기 차익은 애초에 기대하지 말고, 땅을 사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것인데요. 이런 준비 없이 ‘얇은 귀’로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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