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수 930명
최고액 29억 쾌척한 재일동포 등
익명 기부자들이 모금에 큰 역할
익명 기부자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달 2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한번에 거액을 쾌척하는 게 아니라 월급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기부하는 식이었다. 국내 한 중견기업의 대표 B씨도 2013년부터 매년 12월 백혈병 어린이 돕기와 저소득층 아동 지원 사업에 써 달라며 1억 원을 기부했다. 자신의 신원을 외부에 밝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B씨는 올해도 기부 의사를 밝혔다.
‘고인(故人)’회원도 있다. 지난 2011년 고 서근원씨의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보험금 2억2,720만원을 모금회에 기부했다. 고인의 큰누나는 이 돈을 기부하며“동생을 기리기 위해 기부하는 돈입니다.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 하는 이웃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고인 회원은 모두 16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가 2008년 결성된 지 8년 만에 누적 기부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2일 모금회에 따르면 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 수는 930명, 누적 기부금은 1,013억 원을 기록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한번에 기부하거나 5년 안에 완납하기로 약정하면 가입할 수 있다.
모금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축은‘익명 기부자’다. 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을 분류하면 기업인이 절반에 달하는 47%로 가장 많다. 익명 기부자는 13%로 전문직과 함께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기부금액 기준으로도 최고액 기부자는 익명 기부자다. 그 주인공은 지난 2013년 ‘홀몸노인을 위해 써 달라’며 29억 원을 쾌척한 재일교포 C씨다. 모금회 관계자는 “흔히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고액 기부자들이 기업의 대표나 잘 알려진 유명인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일반인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익명 기부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신원 공개를 꺼린다는 것이 모금회의 설명이다. ‘남을 돕는 일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신약성서의 말씀처럼 조용히 사랑을 실천하려 하는 경우이거나, 고액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지인들의 관심이 쏟아져 조용한 기부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경우다.
모금회 관계자는 “처음 출범했을 때는 고액기부가‘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의문을 품기도 했었다”면서 “누적 기부액 1,000억원 돌파한 것에서 보듯 우리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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