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2년마다 이사 갈 집을 구하는 일이 여간 걱정거리가 아니다. 한국감정원 조사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은 2년 전에 비해 평균 7,600만원이 오르면서 3억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물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에 여유가 있다면 전세금 인상분을 큰 부담 없이 감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팍팍한 살림살이의 서민들은 재계약을 앞둔 촉박한 시점에서 쉽게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다. 여유자금이 없다면 2년 동안 매달 317만원씩 꼬박 저축을 해야 전세금 인상분을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은 월평균 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전세 세입자의 경우 재계약을 위해서는 또 다시 대출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서도 주거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47%나 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과 ‘전세자금 대출지원’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하여 보금자리론 등 저리의 장기고정금리대출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전셋집을 구할 때 본인의 신용으로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전세보증을 서주고 있다. 특히 전세보증은 최소한의 요건 몇 가지만 충족하면 시중은행에서 저리의 전세대출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의 약 85%가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이용한 대출이며 현재 평균 전세대출 금리는 약 3% 내외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은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라도 제2금융권 전세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도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도입한 제도가 ‘징검다리 전세보증’이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며 5월 말 이전에 제2금융권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세입자라면 연 7~8%의 고금리 대출을 3~4%의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 전세대출 5,00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연간 약 200만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는 올 1분기 가구당 평균 오락ㆍ문화에 대한 연 지출액 184만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러한 채무의 질적 개선에 더해 징검다리 전세보증은 은행권 전세대출에서 소외된 세입자들이 은행권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의 고리 역할도 한다. 최근에 주택금융공사 징검다리 보증을 이용한 고객 한 명은 저축은행에서 받은 5,000만원 전세대출을 공사 보증서를 이용하여 낮은 금리의 시중은행 전세대출로 전환하였다.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고객이었는데 사업이 어려워 매달 내는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시기에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마음의 짐을 한결 덜었다고 했다.
금리는 돈을 빌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듯, 상환 리스크가 높은 수요자에게 대출해 줄 공급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대출의 가격인 금리가 높게 형성되고 이것이 제2금융권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으로 나타난다. 징검다리 전세보증 제도는 이러한 시장의 원리에 주택금융공사가 개입하여 시장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주택금융공사 처지에서는 다소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으나, 제2금융권 대출자들에게 은행권 대출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주거비용을 줄이고, 가처분소득에서 채무를 상환하는 비율을 낮추어 생활의 질 향상을 도모하게 할 수 있게 한다. 많은 이들이 징검다리 전세보증 제도를 이용하여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한국주택금융공사 기금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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