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폭력집회 기획 입증해
내달 2차 민중총궐기 봉쇄 의도
민노총 "압수품, 시위용 몰아가"
경찰 공압탄압 논란…檢도 강경
강신명 경찰청장과 민주노총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사상 처음으로 단행된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강 청장과 민주노총의 전면 대결이 2년 만에 재연된 것이다. 강 청장은 2013년 12월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하고도 철도노조 지휘부 검거에 실패했지만, 이번엔 주말 오전 시간을 이용한 전격적인 영장 집행으로 민주노총의 허를 찔렀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의 민주노총 본부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해 PC와 서류, 서적 등 시위의 폭력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후 심장부인 본부 사무실을 경찰에 내준 것은 처음이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서울경찰청과 일선서 소속 수사관 370명과 경찰 기동병력 320명이 투입됐다. 의경 부대 소속 1,840명도 수색 대상 사무실을 에워싸 혹시 모를 돌발 사태에 대비했다. “영장을 집행하러 경찰이 방문할 때까지 누구도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압수수색은 철저한 보안 속에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경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불법ㆍ폭력 시위 문화를 이번에는 뿌리 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올해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 당시 빚어진 불법ㆍ과격 시위 혐의를 영장 범죄혐의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압수수색은 내달 5일로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 대회의 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사전 차단의 성격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압수물에서 불법ㆍ폭력 집회를 기획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2차 대회 전에 관련자를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밀하게 짜인 경찰 시나리오의 배경에는 2013년 12월 22일 오전 철도노조 지휘부 검거 실패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서울경찰청장 자격으로 5,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강제진압을 시도하며 검거작전을 진두 지휘한 사람이 바로 강 청장이다. 온화한 인상과는 달리 평소에도 불법ㆍ폭력 시위 엄단 및 법치질서 확립을 강조해온 강 청장으로선 이번 기회에 2년 전 실패를 단단히 만회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야 불법시위를 입증할 수 있는 만큼 2년 전 실패를 거울 삼아 대규모 압수수색에 따른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쳤다”고 말했다.
강 청장의 강공 드라이브가 아니더라도 최근 공안 수사의 무게추는 급격히 강성 일변도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행위의 주모자를 엄단하는 것은 이번 사안뿐 아니라 모든 수사의 원칙”이라며 경찰을 두둔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하며 경찰과의 전면 대결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이 압수물이라며 공개한 해머와 손도끼는 개인 물품이거나 얼음깨기 행사 등에 쓰인 도구에 불과하다”며 “물대포에 맞은 농민이 죽어가고 있는데 경찰은 짜맞추기 수사로 공안 탄압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대표들은 주말 사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2차 대회에 대비한 준비 상황과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한상균 위원장 거취를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관계자는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조계사에 강제 진입하지 않겠다는 경찰과의 약속은 유효한 상태”라며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인 화쟁위원회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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