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했던 대통령… 역사가 평가할 것"
주민들 슬픔 속에서도 영면 기원
"민주화 업적 남긴 큰 별이 졌다"
거제시 생가에도 문상객 줄이어

시민들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애도를 표하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69년부터 거주했던 서울 상도동은 이날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고인의 자택 인근 이웃들은 아침 일찍 조기를 내걸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20년째 상도동에 살고 있는 이용재(80)씨는 “김 전 대통령은 길에서 만나면 나를 ‘아’라고 부를 만큼 이웃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소탈한 분이셨다”며 “주민들을 모아 함께 단체 문상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32년째 상도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함경섭(70)씨는 “아들의 허물이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YS는 정직한 대통령이었다”며 “하나회를 없앤 것이나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공적도 커 역사의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맨 채 자택 앞을 찾은 조명규(61)씨는 “YS는 압력이 와도 굴하지 않으며 항상 옳은 소리를 하는 훌륭한 대통령이었다”며 오열하기도 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을 찾는 시민들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병원 인근 교회를 찾았다가 빈소에 들른 신선애(55)씨는 “데모가 끊이지 않았던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내게 YS는 민주화의 선봉으로 늘 마음 속에 남아 있다”며 “나라의 큰 어르신인데 이렇게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거 소식을 듣고 충북 음성에서 달려온 오택영(68)씨는 “대한민국의 여러 권리를 신장시키는 등 민주화를 일군 주역인데 이렇게 가시는 게 아쉬워 직접 조의를 표하고 싶어 올라 왔다”고 말했다.
공과가 분명했던 고인의 업적은 시민들 기억 속에 뚜렷이 각인돼 있었다. 직장인 김지훈(32)씨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경복궁 뒤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해체되는 통쾌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임기 말 경제 위기나 자식의 과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군부독재와 일제 잔재를 적극적으로 청산하려는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후대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서거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면서도 “임기 후반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등 업적도 있지만 연세대 사태와 노동법 날치기 등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일은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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