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도 브뤼셀 지하철역 임시폐쇄
블랙프라이데이 앞둔 미국도 테러공포 엄습
서방을 중심으로 퍼지는 제2 파리 테러 공포가 지구촌의 연말 분위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특히 파리 테러에 직접 가담한 ‘8번째 용의자’ 살라 압데슬람(26)이 자폭 테러를 준비한 채 벨기에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벨기에 정부 당국은 21일 브뤼셀의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시내 지하철을 폐쇄했다. 미국은 오는 27일 최대 유통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테러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오는 30일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준비하는 프랑스 역시 테러 대응에 전력을 쏟고 있다.
브뤼셀 대중교통 운영 공기업 STIB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무부 위기대응센터 권고로 모든 지하철과 경전철 역을 오늘 하루 동안 폐쇄한다”고 밝혔다. STIB는 “지하철 역사 폐쇄는 정부의 테러 경계 강화에 따른 예방차원의 조치”라며 “버스와 트램(노면전차)는 정상 운행한다”고 전했다.
앞서 샤를 미셸 총리는 20일 오후 “파리 테러와 비슷한 폭발과 무기 테러가 브뤼셀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벨기에 전역의 테러 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4단계로 상향했다. 압데슬람이 지난 19일 오후 브뤼셀 외곽에서 프랑스 번호판을 단 차에 있는 것이 목격된 데다, 압데슬람을 벨기에로 태워다 준 운전자가 “그가 자살 폭탄이 설치된 듯한 큰 재킷을 입고 있었다”고 진술하며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벨기에 일간 데모르겐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 가지 말라는 정부 권고에 놀라 시민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심각하진 않다”면서도 “과거 연말 분위기보다는 분명히 차분한 편”이라고 전했다. BBC도 “압데슬람을 체포하기 위한 병력이 거리를 감시할 뿐 민간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한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앞둔 미국은 ‘소프트타깃’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러집단이 민간인들이 많이 모이는 경기장 등 안전확보가 어려운 곳을 테러 표적으로 정할 경우 현재 미국의 상황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AP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미국 뉴욕, 워싱턴 등이 다음 테러 목표라는 협박 동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에 우려가 점차 커진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러 공포가 미 대선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2의 파리 테러 발생 여부에 따라 시민들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이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30일부터 2주간 195개국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체계 수립 등을 놓고 협상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간의 테러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만큼 테러 도발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2일 “프랑스 정부는 지난 13일 파리 테러 후에도 당사국총회가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해 그 뜻이 받아들여진 만큼 행사 기간 내 보안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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