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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치맥(치즈·맥주)' 인기... 규제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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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치맥(치즈·맥주)' 인기... 규제가 답일까

입력
2015.11.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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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치맥'(치즈·맥주)의 인기가 거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치즈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비되는 제품 대부분은 수입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수입액도 올해 10월까지 벌써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수입맥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수입산 치맥의 인기가 높은 이유로는 국내산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꼽힌다.

국내 우윳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맥주도 국산과 수입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수입맥주가 저렴한 경우까지 생겼다.

이에 따라 국내 낙농업계와 맥주업계에서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원유쿼터제'와 '맥통법'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 국산 원유는 비싸서 치즈에 못써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치즈 소비량은 11만8,067t이었다. 2000년(4만4,897t)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연간 치즈 소비량도 같은 기간 0.94kg에서 2.4kg가 됐다.

이는 한 사람당 치즈로 소비하는 우유량이 한해 24kg이나 됐다는 뜻이다. 치즈 100g에는 우유가 약 1kg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1인당 흰우유 소비량(26.9kg)과 맞먹는 양이다.

그런데 이중 대부분이 수입산이었다.

작년 치즈 수입량은 9만7,216t으로 2000년(3만537t)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가공치즈를 1만5,197t 생산했지만 대부분 수입원유나 수입 자연치즈를 원료로 쓰고 있다. 수입 자연치즈 수입량은 작년에 8만7,168t로 2000년(1만8,761t)보다 4.6배나 많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유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국산 원유 가격은 수입산 원유보다 3~4배 가량 비쌌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흰우유 1ℓ의 가격도 지난해 미국·일본·중국 등 13개국 주요 도시 중 세번째로 높은 2,546원이었다. 1위인 대만이 2,753원, 2위 중국이 2,555원이었다.

▲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축산업계는 생산량이 줄어도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진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안동의 한 축산농가. 연합뉴스 제공

■ 젊은이 입맛 못 따라간 국산 맥주

22일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10월까지 국내에서 수입한 맥주가 1억1,800만달러 어치로 벌써 지난해 수입액(1억1,200만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9% 급증한 금액이다.

수입맥주의 인기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연간 맥주 수입액은 5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0년에 4.400만달러를 기록한 후 연 평균 17.7%~33.6%의 성장세로 2013년에는 9,000만 달러, 이듬해에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일본맥주는 국내에서 단연 인기가 높다.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올해 일본맥주 수입량은 전년보다 24.4% 늘어난 3.400만달러어치였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독일맥주를 전년보다 27.7% 많이 수입했다. 다만 수입액은 1,600만 달러를 기록해 일본맥주보다는 절반에 불과했다.

기네스를 앞세운 아일랜드 맥주가 전년보다 66.9% 높아진 1,300만달러어치 수입됐고 프랑스 맥주는 수입액은 150.2%나 급증한 2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맥주는 2013년 13만 달러가 수입된 것으로 나타나 2년 만에 15배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진 원인으로 젊은층이 해외 문화에 익숙해졌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수입맥주를 즐기는 젊은이의 상당수는 국산맥주가 천편일률적일 뿐 아니라 수입맥주에 비해 맛이 없고 싸지도 않다고 입을 모은다.

수입맥주를 즐겨 찾는다는 한 20대 직장인은 "국산맥주는 대부분 맛이 비슷하지만 수입맥주는 맛이 다양해 즐겨 마신다"며 "최근에는 국산맥주와 가격 차이도 적어 부담 없이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 2015년 맥주 수입액이 10월 기준으로 벌써 연간 단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다양한 수입맥주가 진열돼있는 한 유통업체. 연합뉴스 제공

■ 해결 위해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이러한 수입 제품의 인기 급증에 대해 관련 업계는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의무적으로 국산 원유를 사용하도록 하는 원유쿼터제, 수입 맥주 가격 하한선을 정하라는 일명 '맥통법'제정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덕 선임연구위원은 "치즈용 원유쿼터제를 도입하면 업체는 국산 원유를 지금보다 싸게 구매하고 정부 보조로 농가가 받는 값도 조정돼 원유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맥주업계도 맥주가격의 하한선을 정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일명 '맥통법'이다. 최근 일부 언론은 수입 맥주의 가격을 규제하는 법안이 제정된다고 보도했다. 곧바로 정부는 이를 단지 맥주업계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일축했지만 아직 논란은 남아있다.

그러나 시장 규제가 이들 업계에 실질적인 이익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 동안 시장 규제가 가져온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낙농업계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우윳값 시장 규제인 원유가격 연동제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00년대 낙농업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정책으로 전년도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통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제도가 원유가격 인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맥통법 시행이 국산맥주의 경쟁력을 다시 떨어뜨릴 거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수입 맥주의 선전으로 국내 맥주 업체들이 좋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는데 맥통법이 시행되면 다시 예전처럼 수준이 낮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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