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테러리스트들이 풍자잡지 샤를리 에브도와 유대계 슈퍼마켓을 공격한 이후로 파리인들은 이런 야만이 곳곳에 숨어 있고 그들이 다시 공격해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알고 그것을 예상한다는 것과 무시무시한 현실로 그것에 직면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13일 밤 우리는 복수심으로 범벅이 된 현실에 강타 당했다. 우리는 전쟁 중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며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명료함과 단결, 단호함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명확한 분석이다. 우리는 적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증오가 엄청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들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지능적이고 나름 합리적이며 선전에 능하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그들을 경멸해왔고 과소평가해 왔다. 그런 태도를 바꾸는 것이 지금 시급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이슬람국가(IS)는 테러를 통해 앙카라, 베이루트, 파리의 거리와 시나이의 하늘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희생자들이 누구인가를 보면 그들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인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쿠르드족, 러시아인, 레바논 시아파, 프랑스인들에게 경고한다. 당신들이 우리를 공격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들을 죽일 것이다.”
공격의 시기는 목표가 된 국가들만큼이나 시사적이다. IS는 지상에서 패해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의 지배력을 상실하면 할수록 추가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려 들 것이다. 예를 들어 파리의 동시다발 테러는 IS가 이라크 신자르를 잃은 것과 동시에 일어났다.
물론 파리를 공격한 테러 조직이 최근 전쟁에서 IS가 패한 뒤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조직되어 있었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조직들도 그럴 수 있다. 이는 IS가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것 없고 그들이 전술적으로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준다.
IS가 이번에 파리에서 풍자가나 경찰,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택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타깃이 된 사람들이 ‘평범’해서 그들이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테러범들은 이번 공격에서, 참으로 잔인한 공식이지만 ‘질’ 대신 ‘양’을 선택했다. 목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IS가 관리하는 땅이 침범 불가능한 훈련 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칭 칼리프의 지역들은 1990년대에 탈레반이 통치한 아프가니스탄이 알카에다에 도움을 주었던 것과 같은 모양새다.
이 지역의 통제권 회복이 필수다. 그를 위해 국제사회는 리비아, 시나이와 다른 곳의 IS ‘행정구역’을 궤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명확한 분석 다음으로 프랑스를 시작으로 한 시민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이렇게 분명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시민들은 정치계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다르게 행동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단결을 유럽 내에서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는 유럽이 정체성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으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제 유럽은 한 가지를 알았다. 유럽인이 된다는 것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야만주의의 횡포에 함께 맞서는 것이며 우리의 가치, 삶의 방식, 공생의 방법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단결은 서구 전체에도 필요하다. 파리 테러 이후 나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성명은 유럽과 미국의 연합이 분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탔고, 같은 적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런 단결심은 유럽이나 서구를 넘어 확산되어야 한다. 터키는 말할 것도 없고 이란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을 향해서도 IS는 자신들이 서구에 했던 것만큼의 위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들 국가와 조건부 동맹이 그들과 우리 사이의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명확함과 단결에 이어 우리는 IS의 위협에 맞서고 우리의 가치, 특히 법의 지배라는 원칙을 지키려는 굳은 결의가 필요하다.
IS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두려움과 과잉 반응의 조합이다.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서구와 이슬람 세계 사이의 문명 충돌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전략의 제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우선 중요한 것은 명확함이다. 파리가 공격 받았을 때 우리는 전쟁이라고 말해야 한다. 누구도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미국이 저지른 잘못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 맞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런 잘못들을 알리바이로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 뿐이다. 유럽의 대응은 강경해야 하지만 그것은 법의 질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국 IS와 정치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싸움에서 삶을 지향하는 우리가 죽음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을 이겨야 한다.
도미니크 모이시 파리정치학원 교수ㆍ프랑스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