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는 이에 따라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지자체와 지역 상권과의 협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공휴일 중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하고, 영업시간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제한됐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대형마트 등이 있는 지자체는 175곳으로, 이중 86.3%(151개)가 의무휴업 조례를 시행 중이다.
주요 대형마트의 점포 대부분은 둘째·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전국 155개 점포 가운데 113개 점포(72%), 홈플러스는 141개 중 111개(78%), 롯데마트는 115개 중 88개(76%)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형마트 업계는 영업 규제로 인한 매출 감소를 연간 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그 동안 의무휴업 강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납품업자와 마트 내 임대 점포 운영자 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해왔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묶인 소비가 본래의 목적인 전통시장 매출로 직결되지 않고 소비자가 구매를 미루거나 모바일·온라인 쇼핑몰로 향한다는 점도 의무휴업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다.
업계는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장기적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일괄적인 규제보다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월 2회 의무휴업은 영업자유·소비자선택권 침해가 아니다”라며 지자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형마트는 앞으로도 의무휴업을 유지해야 한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제도를 지키면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옮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평일보다는 공휴일에 매출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용인시, 충북 청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지역 상인과 협의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옮기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현행법에 ‘이해 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앞서 경기도 김포, 남양주, 구리, 고양, 오산, 경북 구미, 전남 나주, 울산 남·북구, 강원 강릉시, 제주도 제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 등 다른 요일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며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는 큰 흐름은 앞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별로 여건이 다르고 지역 상인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의무휴업일을 실제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할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이 지역 상인들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든지, 다른 지역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든지 하는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협의를 통해 현행 의무휴업일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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