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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세대, ‘수저 계급론’에 반기 들다

입력
2015.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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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30만명 BJ 박성주씨 “몇해 전만 해도 부정적 시선 이젠 당당한 직업인으로 봐줘”

1인 미디어 인구 수만~수십만 젊은층 호응높아 시장급팽창 “당장 수익에만 연연 말길”

“목표 지점까지 갈 길이 멀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고 싶네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울산큰고래’라는 이름으로 GTA5, 게리모드 등 게임 관련 방송을 하는 박성주(25)씨. 그는 청년 세대의 자조적 표현인 ‘수저 계급론’에 별 관심이 없다. ‘비정규직’, ‘취업난’ 등 절망적 현실을 나타내는 표현이 ‘20대’ 앞에 관용어처럼 따라붙는 요즘이지만 박씨는 소위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인터넷 방송인으로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 그는 현재 유튜브를 통해서만 월 1,500만원 정도의 광고 수익을 올린다.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지 불과 2년만의 성과다. 고교 3학년 때인 2009년 BJ(Broadcasting Jockey)로 데뷔한 아프리카TV에서는 시청자들의 자발적 시청료 개념인 별풍선을 받아 1억원 가량을 벌었다. 박씨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는 지금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독종이 되어라’다.

30만 구독자를 가진 ‘울산큰고래’ 박성주씨가 유튜브에 띄울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30만 구독자를 가진 ‘울산큰고래’ 박성주씨가 유튜브에 띄울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박씨의 가정환경은 ‘흙수저’에 가깝다. 유년 시절 부친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모친은 생계 유지를 위해 식당 일을 했다. 누나는 기숙형 학교를 다녀 박씨는 집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야기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그에게 아프리카TV는 신세계였다. 취미 삼아 몇 차례 마이크를 잡아본 그는 홀로 있어도 늘 소통하는 상태가 가능한 게 인터넷 방송임을 깨달았다. BJ 활동에 전념하기로 결심한 것은 수능시험 후였다. 기대보다 낮은 수능 점수에 실망해 우울증에 빠졌던 그는 우연히 “학원이나 과외를 지원 못 해 줘 성주가 수능을 잘 못 본 것 같다”며 흐느끼는 부모의 대화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한 달여의 두문불출을 정리하면서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해 주는 일에 자신이 있었으니 인터넷 방송에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게임 크리에이터가 된 것은 지속적으로 방송을 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박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BJ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크리에이터를 당당한 하나의 직업으로 봐 주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 규모는 대략 수만명인지, 수십만명인지 정확히 헤아릴 수 없다. 통계로 잡힌 게 없다. 박씨 정도의 스타급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밥벌이 정도 하는 1인 미디어는 수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1인 미디어 후원기획사인 CJ E&M과 아프리카TV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1인 미디어만 합쳐 대략 1,500명이다. 젊은층의 호응에 따른 1인 미디어 시장 확대로 그 숫자는 훨씬 커지고 경쟁 역시 격화할 것이다. 박씨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금세 지치는 후배들이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크리에이터에만 주목하는 분위기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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