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투성이 막내 알렉스가 찾아낸
교수 아빠·실내장식가 엄마와
엄친딸 누나들의 말 못할 비밀
비밀이 생긴 이유·결과 정리 후
'가족 간 비밀' 주제로 토론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관심 일깨우길
윗집 모녀의 목소리가 환풍구를 통해 내려옵니다. “이걸 성적이라고. 누구 때문에 엄마 아빠가 이 고생을 하는데.” “고생하는 게 나 때문이야?” “그럼, 너 하나 잘 키우자고 고생을 하는 거지.” “누가 낳으래? 괜히 낳아가지고 뻑 하면 나 때문이래.” 이웃에게 인사성 좋기로 소문난 딸과 사교성 좋기로 이름난 엄마가 성적 때문에 뿔이 났습니다. 큰소리로 옥신각신하더니 문이 부서져라 닫히고는 일단락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습니다. 엄마가 못났다 해서, 아빠가 무능하다 해서, 자식이 반푼이 같다 해서 취소하고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운명공동체라고 합니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가족보다 더 편한 관계는 없는데 가족 사이에 갈등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이번 시간은 스페인 작가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가 쓴 ‘완벽한 가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알렉스의 가족은 너무나 완벽합니다. 아빠는 물리학자이자 대학 교수이고, 엄마는 실내 장식가이자 잡지에 기사도 씁니다. 두 사람은 영어나 프랑스어도 잘 구사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질서를 좋아합니다. 델리아와 실비아 누나는 머리도 좋고, 키 크고 예뻐서 인기가 많습니다. 이 가족은 어떤 경우에든 말다툼을 하지 않고 서로에게 다정한 무결점 가족입니다. 딱 한 사람만 빼고요. 막내 알렉스는 다른 가족에 비하면 결점이 많습니다. 국어와 수학 과목에서 낙제를 했고, 키 작고 실수도 잦습니다. 그러나 알렉스에게 잔소리하는 가족은 아무도 없습니다. 알렉스는 이런 상황이 이상하고 불편합니다.
반대로 알렉스의 친구 라파네는 결점투성이입니다. 이 집은 실제로 당구대 위에 돼지갈비 뼈가 뒹군 적도 있습니다. 거실에는 소파와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고, 물고기가 자주 죽어나갑니다. 라파의 부모님은 담배를 피우고, 집안에서 고함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게다가 라파는 발 냄새가 고약한 뚱보에 여섯 과목 낙제자입니다. 그러나 알렉스는 라파네 가족이 마음에 듭니다. 성실하고 마음이 후한 라파네 부모님이 좋습니다. 왁자지껄한 저녁식사 후에 소파를 하나씩 차지하고 잠이 드는 이 가족이 편안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가족이 마음에 드나요? 흔히들 남의 집 사정이 우리 집보다는 나은 것 같고 옆집 아이 상태가 내 아이보다 좋아 보이지만 막상 바꾸자고 하면 선뜻 그렇게 못할 것입니다. 나에겐 숨통 막히게 완벽한 가족도, 돼지우리 같이 널브러진 가족도 맞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내겐 나의 가족이 딱 입니다. 몇 가지 맘에 안 드는 점들만 해결된다면 말이지요.
때로는 가족에게 소리치고 싶고, 침대에서 신발을 신은 채 뒹굴고 싶다던 알렉스는 막상 가족의 결점을 찾아보라는 라파의 제안에 망설입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아빠를 미행하고 가족들을 관찰하면서 비밀과 결점을 알아냈지만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내 가족을 내가 흉보는 것은 괜찮아도 남이 거들자고 들면 서운하고 미워집니다. 결국 알렉스네 가족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하려는 강박증 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큰 결점으로 다가와 불완전한 것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아빠는 변화가 필요했고, 엄마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고, 누나들은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려다 부정한 짓까지 합니다. 그러나 알렉스는 어려움에 처한 가족을 옹호하고 도우려 합니다.
본문에 나온 하인즈 케첩과 코카콜라 이야기는 가족을 향한 태도를 돌아보게 합니다. 하인즈 회사는 완벽한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불편한 유리병에 담긴 케첩을 고집합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맛을 시도하려다 소비자들이 전통의 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도 익숙함에 길들여져 가족의 소중함을 잊을 때도 있고, 가족의 목소리가 안 들릴 때도 많습니다. 거듭된 실패에도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는 말로리에게 사람들은 왜 그리 올라가려고 애 쓰느냐고 물었습니다. 말로리는 “산이 그곳에 있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가족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내 가족이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마치 라파가 두려울 때 피토 형에게 의지했던 것처럼 가족은 영원히 내 편이 되어 줄 비빌 언덕이기 때문입니다.
독서 후, 먼저 알렉스네 가족의 비밀과 그 비밀이 생긴 이유를 정리해 보고, 가족 간에 비밀이 불러온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가족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라는 안건으로 토론해 봅시다. 이번 안건은 찬반 양립으로 토론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도록 ‘항상 옳지 않음, 옳지 않음, 보통, 옳음, 항상 옳음’과 같이 5가지 가치영역으로 나눈 ‘가치 수직선’을 만들어 진행해 봅니다. 자신의 의견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결정하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과 함께 메모지에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돌아가면서 생각을 발표한 후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재점검해 보세요.
가족끼리는 잘 하지 않는 것들이 있지요. 닭살스러운 애교, 정중한 배려, 고민 상담, 칭찬 등 남에게는 잘도 쓰는 인심이 가족 앞에만 서면 막혀버립니다. 이 책을 읽고, 유독 가족에게만 발휘되지 않았던 배려와 관심을 시도해보길 바랍니다. 작가는 가족 간의 완벽주의를 반대합니다. 완벽한 사람만 있다면 흩어진 모래알 같이 각자 외로운 존재가 될 것입니다. 사람은 모자랄 때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을 찾게 됩니다. 서로의 실수를 바로잡아 주고 도와줄 때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하나가 됩니다. 그 실천의 첫 대상이 가족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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