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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솔직하게'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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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솔직하게'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백서

입력
2015.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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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삶 YOLO

권산ㆍ권영후 지음

상추쌈ㆍ288쪽ㆍ1만4,000원

군대에 간 아들에게 웹디자이너인 아빠 권산씨는 편지를 쓴다. 군대에 갔으니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전역 후의 삶을 설계하라는, 안 그래도 고단한 군대에서 읽다가 한숨만 내쉴 그런 내용은, 다행히 아니다. 오히려 약 10년 전 전남 구례 시골마을에 터를 잡고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 때문에 유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을 몸소 실천하는 아빠의 엉뚱한 조언을 담았다.

이런 식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헛소리다. 노력은 우리를 자주 배신한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 희망고문을 대표하는 카피다.” 이렇게도 말한다. “거듭된 실패에도 그 일이 아니면 죽을 것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포기해라. 그리고 나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엉뚱한 평가는 제발 하지 마라. 경쟁에서 패배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비겁한 말이다.” 책 제목의 YOLO(You Only Live Once의 약어)처럼 단 한 번뿐인 인생, 행복하게 살자는 거다.

권산-영후 부자. 지난 5월 전역신고를 한 아들은 아버지 뒤를 이어 그림으로 밥벌이를 하려고 한다. 상추쌈 제공
권산-영후 부자. 지난 5월 전역신고를 한 아들은 아버지 뒤를 이어 그림으로 밥벌이를 하려고 한다. 상추쌈 제공

한국의 아빠들이 아이들과 하루 평균 6분 대화한다는 통계가 있다. 속내를 시시콜콜 드러내는 일에 아빠들은 익숙지 않다. 권씨는 아들의 입대를 기회로 여긴다. 자신에 대해서, 식구라는 공동체에 대해서, 일과 돈이란 현실에 대해 경험한 모험담과 속마음을 작정하고 편지 속에 내보인다. 어쩌면 위문편지를 가장해 자신의 감정을 토해낸 일기다. 아들에게 하고 싶었으나 미뤘거나 망설였던 이야기들을 모조리 끄집어 내는 용기가 돋보인다. 전역한 아들과 다시 데면데면한 부자 사이로 돌아갈지라도.

권씨의 노모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병상에 누워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일흔일곱의 어머니를 눈앞에 두고 권씨는 아들에게 고백한다. “아빠가 겨우 2박 3일 할머니 기저귀를 갈면서 든 생각은 의리다. 의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며칠이 아니라 더 오래, 긴 시간 동안 그녀를 보살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다. 그래서 슬프다.”

자신에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부모를 만나 스트레스 안 받고 살아왔다는 아들 영후씨가 훈련병부터 진급할 때마다 아빠에게 쓴 편지도 중간중간 담겼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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