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의 윤리적 딜레마와 접근법
뇌는 윤리적인가
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 김효은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ㆍ264쪽ㆍ15,000원
“인지 신경과학에서 지난 십여년은 ‘놀라운’, ‘혁명적인’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는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다.” 신경과학자 버나드 J 바스의 말이다. 뇌영상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뇌와 행동 사이에 확고한 다리를 놓았고 그 결과 신경과학은 유전학, 생화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등에서 출발해 점차 심리학, 컴퓨터공학, 통계학, 언어학, 철학 등 인간과 관련된 거의 모든 학문 분야와 결합하고 있다.
‘뇌는 윤리적인가’는 신경윤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다루는 선구적인 책이다. ‘신경윤리’라는 말은 겨우 13년 전인 2002년 윌리엄 새피어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마이클 가자니가는 신경윤리를 “질병, 정상성, 죽음, 삶의 방식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방식에 대한 고찰이자 뇌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통해 특징지어진 삶의 철학”이라고 정의한다.
과학의 급격한 발전은 수많은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를 초래한다. 특히 유전공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생명윤리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배아나 태아는 어느 시점부터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인지 기능의 상실(식물인간)과 뇌기능 상실(뇌사 상태)은 어떻게 다르며 생명유지장치를 떼는 것은 비윤리적인가?” 이런 문제들에 명확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적절한 답을 줄 수 있는 것도 신경과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과 관련된 문제만 아니다. 자궁 착상 전 유전자 진단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자인 베이비’나 지능을 향상시킨다는 약물의 개발을 통한 인위적인 인간기능 향상은 어떻게 볼 것인가? 사이클의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근육강화제와 같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사이클계에서 영구 추방되었다. 그렇다면 집중력 향상을 위해 많은 학생들이 암암리에 복용한다는 주의력결핍장애(ADHD) 치료제 리탈린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약을 복용하고 시험을 치렀다면 성적을 무효 처리해야 할까? 법정에서의 딜레마는 더욱 심각하다. 뇌기능의 이상이나 뇌손상을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고도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외에도 신경윤리에 제기되는 도전들은 무수히 많다.
저자는 이런 딜레마를 범주화한 다음 자신이 오랫동안 해 온 신경과학 연구 특히 분할뇌 연구를 바탕으로 문제의 의미와 본질을 설명하면서 어떤 관점과 태도로 문제에 접근해야 바람직한지 알려준다. 저자는 대부분의 신경과학적 문제들의 맥락을 강조하며 하나의 답에 매달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한 행동주체로서 인간의 책임과 자유의지가 뇌의 상태 혹은 뇌영상 판독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책임이라는 건 한 사람 이상이 있는 사회에서만 존재하는 인간의 구성물이고 인간 간의 상호작용에서만 존재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규칙”으로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경윤리학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맥락의존적이고, 감정에 영향을 주며, 생존을 돕게끔 고안된 보편윤리를 찾기 위해” 존재함을 일러준다.
과학책읽는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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