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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소득 제자리… 지갑 꽉꽉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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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소득 제자리… 지갑 꽉꽉 닫았다

입력
2015.1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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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GDP 성장률 반등했지만 가계 소득 0.7% 상승에 그쳐… 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

물가 감안 실질 증가율 ‘0’, 실질 근로소득ㆍ사업소득은 뒷걸음

소비심리 얼어붙어 지출 큰 폭 감소

올 3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이 정체함에 따라 소비지출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3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이 정체함에 따라 소비지출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3분기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데 그쳤고,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실질 근로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3분기에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서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오히려 가계의 생활수준은 더 악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가계가 지갑을 굳게 닫으면서 소득 대비 지출,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은 441만6,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0.7%(28만9,000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3분기(-0.8%)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물가 상승 효과를 제외한 실질 소득 증가율은 0%로 아예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중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2.2% 감소했다. 물가를 감안할 때 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은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근로소득의 경우 상여금 하락폭이 컸고, 사업소득은 자영업 시장 포화 등의 영향으로 계속 안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퇴직연금 수령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재산소득은 7.1% 늘었고, 노령연금 등 사회복지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이전소득도 10.7% 증가했다.

버는 돈이 줄어들자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더 위축됐다.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33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5%(17만2,000원) 감소했다. 물가 상승을 제외한 실질 지출은 1.2%나 감소했다.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분야별 실질 소비지출을 보면 주류ㆍ담배(-18.2%) 의류ㆍ신발(-4.7%) 기타 상품서비스(-5.4%) 음식ㆍ숙박(-2.0%) 등 안 써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품목의 소비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주거ㆍ수도ㆍ광열비(9.5%)는 큰 폭으로 뛰어올랐는데, 통계청은 전세의 월세 전환 확산에 따른 주거비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3분기 자동차 구매액이 실제 내수 판매량 증가와 달리 급감(-27.5%)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표본가구의 통계 착시 현상이 소비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동시에 가계가 쓰지 않고 남겨둔 돈의 비율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28.5%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100만원을 벌어 74만5,000원만 쓰고 28만5,000원은 쌓아뒀다는 얘기다.

정부는 3분기 성장률(전기비 1.2%)이 모처럼 1%대에 올라섰다며 잔뜩 고무돼 있지만, 성장률 개선의 온기가 가계로는 전혀 흘러 들어가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3분기 GDP성장은 대부분 추경에 따른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것이었고, 민간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했다는 것이 이번 통계로 확실해졌다”면서 “정부의 판단과 달리 경기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가계 소득이 정체되고,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쳐 가계지출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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