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농민 백남기(68)씨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소생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가 사망할 경우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던 백씨의 막내딸 민주화(29)씨는 20일 급거 귀국해 병실을 찾아 오열했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아픈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사진으로 아빠가 실려가는 모습을 보니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아직 동영상은 보지도 못했다”고 흐느꼈다. 백씨는 “저는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 아빠아빠 하며 장난을 친다. 매일 건강한 모습만 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대폰 액정 속의 아빠 얼굴을 비비며 한국 가는 날만 기다리는데 하루가 10년 같아. 기도 소리 들려? 절대 놓으면 안 돼”라며 아버지의 쾌유를 비는 글을 올렸다.
가족들은 아직까지 한 마디 사과 없이 침묵하는 정부와 경찰을 강하게 성토했다. 큰딸 도라지(34)씨는 “스님과 신부님, 목사님들도 (병실을) 방문하고 많은 분들이 위로를 보내줘 따뜻하고 감사함을 느낀다”며 “다만 국회의원들 중에서 게시판 댓글 수준의 막말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렇게 누워 계신 나이 든 농민한테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선을 지켜달라”고 눈물을 훔쳤다. 백씨의 아내도 “정부와 경찰이 인간적인 사과나 위로 한마디조차 안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병실을 방문했다. 문 대표의 방문은 당초 일정에 없었으나 백씨의 병세가 악화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히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엿새째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백씨는 현재 매우 위중한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호흡기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들은 “평소 연명치료에 부정적인 아버지의 뜻을 존중할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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