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술 좋아하고 담배 즐기며 자기 세계에만 갇혀 살아
온종일 페북ㆍ채팅 앱만 보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후 행동 변해
친척인 아바우드 만난 후 IS에 물들며 파리 테러에 가담한 듯
“시리아로 가기 위해 우선 터키로 떠나려 한다. 신의 가호가 있길.”
프랑스 파리 테러 주요 용의자로 18일 경찰 검거 작전 도중 자폭해 숨진 아스나 아이트블라첸(26)이 올 6월 11일 페이스북에 비장한 글을 올렸다. 함께 게재된 그의 사진에는 검은색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가리개)과 천으로 몸을 가린, 영락없는 무슬림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스나는 승리를 다짐하듯 두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거점지인 시리아로 가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는 이번 파리 테러의 총책이자 경찰 검거 작전에서 함께 숨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와 테러를 모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후의 순간까지 “도와달라”며 경찰을 유인해 함께 자폭하려는 적대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평생 IS가 추구하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좇기보다는 삶을 즐기는 세속적 인물이었다. 아스나의 동생 유수프는 19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누이는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코란(이슬람 경전)을 읽거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거의 못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스나는 술을 좋아하고 때로는 담배도 즐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개월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극단주의를 접한 뒤 지난 1월 발생한 파리에서 샤를리 에브도 및 식료품점 테러를 지켜보며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유수프는 “이슬람 복장을 하지 않던 그가 몸을 가린 복장을 한 것을 본 건 한 달여 전”이라며 “아스나는 평소 항상 자기 자신의 세계에만 갇힌 사람이었고, SNS를 접한 후에는 하루 종일 페이스북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만 들여다보고 살았다”고 말했다. 아스나는 1월 파리 연쇄 테러를 벌인 여성 테러리스트 하야트 부메디엔에 대한 동경심을 SNS에 드러내 일부 친구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여기에 친척인 아바우드가 아스나를 결정적으로 테러에 나서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계획한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리아와 유럽을 오가던 아바우드가 아스나에게 IS의 사상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며 테러에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초 시리아로 건너간 아바우드는 IS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할 정도로 열렬한 IS의 추종자다.
아스나의 동창은 그가 파리 테러를 계획한 배경에 대해 “아스나가 매우 나약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동창은 BBC에 “아스나가 어린 시절부터 여러 난관을 지나며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나약한 상태에 있었다”며 “그는 평범한 소녀였고 성적도 좋았지만, 부모가 이혼한 후 양부모에게 맡겨지며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전했다.
1989년 파리 근교 클리시 라 가렌에서 태어난 아스나는 모로코계 부모 아래서 자랐지만, 성년이 되기 전 부모가 이혼한 뒤 한때 양부모의 돌봄을 받았다. 2013년 5월 ‘베코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2년 여간 아무런 활동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야심 차게 계획한 꿈이 좌절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 동창은 또 “테러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였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 익명의 프랑스 경찰은 AP에 “아스나가 마약 밀매 사건과 연루돼 추적 중이었다”고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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