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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열린 선택, 이번엔 성소수자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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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열린 선택, 이번엔 성소수자 총학생회장

입력
2015.11.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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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즈비언” 밝힌 김보미씨

연장투표 없이 찬성률 86%로 당선

장애ㆍ나이 등 편견 깨고 다양성에 힘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김보미(23·소비자아동 12학번)씨. 김씨는 선거운동 기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해 학내외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저널 제공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김보미(23·소비자아동 12학번)씨. 김씨는 선거운동 기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해 학내외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저널 제공

서울대에서 국내 최초로 성소수자 총학생회장이 배출됐다. 최근 2년간 연속해서 장애인 학생회장, 초고령 학생회장을 뽑은 서울대 학생들이 이번에는 성소수자 학생회장까지 끌어 안은 것이다.

20일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실시된 제58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디테일’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김보미(23ㆍ여ㆍ소비자아동학 12학번)씨와 부후보 김민석(19ㆍ정치외교학 14학번)씨가 찬성 의견 86.8%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김씨의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투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씨는 지난 5일 교내 선거운동본부 공동간담회에서 출마 이유를 소개하면서 “서울대 학우들이 본인이 속한 공간과 공동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 자리에서 레즈비언임을 말씀 드린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번번이 투표율 50%의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되거나 연장투표를 했다. 하지만 직전 학생회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좋았던 데다 김씨의 커밍아웃으로 학내 관심이 높아져 이번 본선거 투표율은 53.3%에 이르렀다. 연장투표 없이 본선거에서 개표 기준인 투표율 50%를 넘은 것은 18년 만이다.

김씨는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학내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취임 포부를 밝혔다. 그는 커밍아웃과 관련해선 “아직 사회의 시선이 따가워 성적 지향을 밝히는 일이 어렵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허공에 존재하는 듯 느끼는 많은 이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직전 학생회에서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김씨는 지난 9월 ‘서울대 학생ㆍ소수자인권위원회’발족에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대 구성원들이 다양성에 지지를 보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제56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이경환(29ㆍ물리천문학부 05학번)씨는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잃은 3급 지체장애인이다. 이씨는 “사회 내 소수자 여부에 관계없이 학생회 활동을 통해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에 학생들도 열린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 당시 ‘초고령 학생회장’ 타이틀을 달았던 제57대 총학생회장 주무열(30ㆍ물리천문학부 04학번)씨는 “음대에서 지난해 13년 만에 학생회가 생기는 등 서울대 내에서도 학생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정한 서울대 학생처장은 “열린 시각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다양성에 대한 학내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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