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법 정비 후 첫 미일 정상회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7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에 자위대 파견 의향을 밝혔다. 양측은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일본의 안보법 국회 통과(9월19일) 후 처음으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의사를 확고히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두 정상은 19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1시간3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최근 미국의 남중국해 구축함 파견에 지지의사를 밝힌 뒤 “현상을 변경하는 중국의 일방적 행위를 모두 반대한다. 남중국해에서의 자위대 활동은 정세가 일본의 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일본정부 고위관계자는 “공해상이기 때문에 일본의 함선이 인공섬 12해리 이내 들어갈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설명했다. 아베 총리의 언급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자위대 파견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군사적 역할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안보법 발효를 “역사적이다, 일본이 세계에서 미국과의 연대를 확대하고 협의할 수 있다”고 환영하는 등 양측은 미일동맹이 새로운 계기를 맞았다고 공감했다. 아베 총리의 자위대 파견 검토로 향후 일본 야당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안팎의 경계를 의식해서인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인공섬 주변에 구축함을 보내는 미군의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에 자위대가 참가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톤 다운’을 했다. 이런 ‘치고 빠지기식’ 태도는 남중국해에 섣불리 개입했다가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면 ‘경제우선’을 앞세워 내년 참의원 선거 승리를 거둔뒤 개헌을 타진한다는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미일 두 정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를 위한 노력 및 경제협력 의지도 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환경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고 아베 총리는 “TPP에 설립된 경제규칙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는 파리 테러 사태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면서 미국과 함께 테러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최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이 한국, 중국 관계 강화노력을 평가한다. 한미일의 강력한 3자관계 구성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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