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이 19일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파리 테러사태를 초래한 프랑스 정치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립자’ 등으로 알려진 우엘벡은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 프랑스에 이슬람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탄생하는 가상상황을 다룬 소설 ‘복종’을 내 논란을 불렀다.
우엘벡은 ‘프랑스 지도자는 어떻게 실패했나’는 제목의 칼럼에서 프랑스 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을 비판하면서 프랑스 정치지도자들이 이라크와 리비아,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을 견제하지 못한 국민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우엘벡은 칼럼에서 자신이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에만 해도 뉴스를 보기 위해 TV 앞에 붙어 살다시피 했지만 이번 테러 때에는 TV를 거의 켜지 않고 친지들의 안부를 물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일어나는 테러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1986년 파리에서 헤즈볼라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가 여러 차례 일어났을 때에도 시민들은 처음 며칠 불안했지만 곧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다시 익숙해지고 일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의 그 어떤 감정, 심지어 공포조차도 습관보다는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우엘벡은 이런 불행한 상황의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으며 조만간 철저히 책임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누가 프랑스 경찰을 현재와 같은 무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렸는가, 과연 누가 국민들의 머리 속에 국경이란 낡고 우스꽝스런 것이며 부패한 민족주의란 식의 개념을 주입시켰느냐고 물었다. 또 어떤 정치지도자가 이라크와 리비아를 혼돈 속에 빠뜨린 우스꽝스럽고도 값비싼 (군사)작전을 벌였으며, 어떤 정치지도자가 작금의 시리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이처럼 프랑스 정치 지도자들이 수년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면서도 정작 핵심적인 임무인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는 데는 한탄스럽게도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우엘벡은 비판의 화살을 프랑스 국민들에게도 겨눴다. 프랑스 국민들이 이주민과 난민 문제에서 이른바 도덕적 좌파에 설득 당했고, 정부가 해외에서 벌이는 군사 모험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과 정부의 간극을 줄이는 유일한 해결책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형태인 직접 민주주의라면서 정부의 핵심 정책을 국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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