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동·노동부 비판 이어 崔 “사전협의 권한 행사할 것”
서울시 “과잉복지 아닌 선별지원… 정부의 정치공세·지방정부 간섭”
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청년수당이 청년층을 의식한 전형적인 선심성 행정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서울시는 해당 제도가 시혜성 복지 제도가 아닌 맞춤형 청년 지원정책이라며 맞서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청년수당 제도는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를 갖춘 청년 3,000여명에게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은 만 19~29세의 중위소득(4인가구 422만원)의 60% 이하 가구 청년이며, 공모와 심사를 거쳐 최장 6개월간 교육비와 교통비, 식비 등 청년활동지원비가 제공된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이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내년도 예산안에 90억을 배정했다.
정부 “선거 겨냥한 포퓰리즘에 불과”
정부는 서울시 방침에 대해 또 다른 포퓰리즘이며 과잉복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월 거센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였던 성남시의 ‘청년배당제도’와 마찬가지로 미취업자에게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것이다. 청년배당제도는 성남시 거주 청년들에게 일괄적으로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에 정부는 서울시 발표 이후 ‘무분별한 복지정책 남발을 막는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즉각 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브리핑을 열고 해당 제도가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로 사전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지자체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19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청년수당을 거론하며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으로 못박았다. 최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지자체에서 청년수당을 명목으로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며 “무분별한 재정지원의 난립을 막기 위해 사회보장제도 사전협의제에 따른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 “사회밖 청년들 돕는 일자리지원사업”
서울시는 청년수당이 무차별복지가 아니라 심사기준에 따른 ‘선별적 청년 지원 정책’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무차별 복지 제도가 아닌데다 공모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청년활동 정책인 만큼 포퓰리즘 지적을 받은 다른 지자체의 청년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도라는 것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복지가 아닌 청년의 사회진출을 돕자는 취지의 정책으로 기본 소득 개념인 청년 배당 등 정책과는 정책 설계 원리부터가 다르다”고 말했다. 청년배당의 경우 청년의 소득과 일자리 유무와 관계없이 지원하지만 청년수당은 청년이 제출한 활동계획서를 엄격히 심사해 대상을 선정하고 활동계획에 필요한 교통비, 식비 등 비용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수당 정책이 고용노동부의 정책과 겹친다는 지적에도 “취업성공패키지 상담과 규격화된 교육과정이란 건 진로와 관련해 폭 좁은 부분만 담당하는 것이고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절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진로에 대한 탐색기간이 필요하고 그 공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본래 취지”라고 반박했다.
이날 최 장관의 발언을 두고 서울시 내부에서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시장의 한 측근은 “정치적 전략이나 포퓰리즘을 생각했더라면 저소득층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실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청년들과의 모임 200회 이상, 전문가 간담회 20회 이상을 하면서 논의해온 정책에 대해 내용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고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공세이자 지방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 여당을 겨냥해 “정부가 청년실업의 심각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여야와 중앙과 지방정부를 넘어서 청년들을 위해 대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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