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청와대 지시 대응사항'
조사 항목 놓고 "꼼수 쓴다" 비난
특조위 "위원마다 해석 다를 수 있어
포함 여부 전원위 회의 때 결정"
"유출된 해수부 내부문건 지시대로
與 추천 위원들 집단행동"野 비난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특조위가 진상규명 차원에서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특조위가 대통령 행적 조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사퇴의 배수진을 쳤고, 이에 맞서 특조위 측도 “여당이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부풀리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19일 특조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23일 예정된 전원위원회의에 상정될 의안 중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업무 적절성 조사’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문제가 된 건 조사 항목이었다. 항목은 ▦사고 관련 대통령 및 청와대의 지시 대응사항 ▦각 정부부처의 지시 이행사항 등 5가지를 담았는데, 여당 추천 위원들이 청와대 지시 대응사항에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도 포함된 게 아니냐며 크게 반발했다. 이헌 특조위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 위원 5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가 (최종 의결 권한이 있는) 전원위를 앞두고 대통령 행적에 대한 조사를 강제할 수 있도록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특조위는 즉각 반박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 회의는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문제가 된 항목은 위원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전원위 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도 “소위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당시 여야 추천 위원들 모두 이견이 없었던 사안인데 (여당 측이) 갑자기 문제를 삼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 착수는 정치적 중립성 의무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특조위의 일탈과 월권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특조위 상임위원 5명이 조사 활동 없이 1월부터 8월까지 급여로 7,0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을 언급하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공개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해양수산부 내부문건을 근거로 정부와 여당을 맹비난했다. 이 문건에는 ‘여당 추천 위원들이 필요 시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한다’ ‘이헌 부위원장이 특조위 상임위원회 회의에 BH(청와대) 조사 건이 상정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것을 독려한다’ 등의 지시사항이 담겨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23일 특조위 조사개시 의결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과 여당 추천 위원들이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놨다”며 “진상조사 방해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4ㆍ16가족협의회와 4ㆍ16연대도 기자회견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의 집단행동은 해수부의 현안 대응 문건과 일치한다”며 “이들의 기자회견 자체가 위원회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수부는 문서 출처와 경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는 세월호 인양과 배ㆍ보상 문제만 담당할 뿐, 문건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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