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보기 어려워”
대형마트 손 들어준 원심 파기환송
공공복리 위한 규제 필요성과
행정상 재량권의 툭수성 첫 인정
대형마트 측 “공생 방안 찾아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환영”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2012년부터 3년 간 이어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 논란에도 종지부가 찍혔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시장자유 원칙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 가치 사이에서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처음 제시한 것이다. 향후 전국 지자체들의 유사한 분쟁에 새 판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구,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2년 1월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되자 지자체들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오전 0~8시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대형마트들이 낸 소송에서 1심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은 시장자유 원칙을 강조하며 대형마트 승소로 판결했다. 2심은 특히 ‘건전한 유통시장 확립 및 전통시장 보호’라는 법 취지에 따른 조례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조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골목상권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할 필요가 크다며 2심을 배척했다. 공공복리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측은 지자체의 규제가 임대매장 업주나,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 맞벌이 부부 등의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논리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규제가 임대 업자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권리도 헌법 규정 등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해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영업시간 제한은 소비자의 이용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나 새벽 시간대의 영업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휴업일 지정처분은 한 달에 2일의 의무휴업만을 명하는 것이라서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규제수단의 실효성 등을 근거로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를 쉽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의 증가와 전통시장의 위축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고, 의무휴업일 규제로 전통시장 매출이 증대가 가능하다는 점은 사전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서울에서 2006~2011년 대형점포당 평균 매출이 30% 증가했고, 2005~2010년 전통시장의 점포당 매출액은 2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이후, 중소소매업체 및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고객은 이전에 비해 각기 10.3%와 10%씩 늘어났다.
대법원은 그간 논란이 된 대형마트의 정의에 대해서도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돼 있다면 임대매장의 실질을 따로 살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심은 대형마트 내 임대매장이 ‘점원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라는 대형마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업시간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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