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월드컵점 편법 재임대 항의
행자부 ‘계약 위반’유권 해석 통보
광주시 계약해지ㆍ법적 조치 촉구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 상권 진출에 맞서온 광주지역 중소상공인들이 다시 아스팔트 위로 나왔다. 광주시 공유재산인 월드컵경기장 일부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는 롯데마트 월드컵점이 당초 허가 받은 것보다 많은 면적을 재임대해, 매년 시에 지급하는 임대료보다 많은 수익을 내는 ‘봉이 김선달’ 장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시는 뭐하고 있느냐며 항의하면서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허가 면적을 초과해 재임대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는 유권해석까지 내렸는데도 시가 계약 해지 여부를 놓고 뭉그적거리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는 19일 오전 광주 서구 롯데마트 월드컵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광주시는 허가 면적을 초과해 재임대 사업을 벌인 ㈜롯데쇼핑과 임대 계약을 해지하라”고 촉구했다. 광주네트워크는 시의 승인 없이 재임대 면적을 초과 사용한 것은 명백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인데도, 시가 계약해지와 고발 여부 등 법적ㆍ행정적 조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는 2007년 1월 롯데쇼핑과 월드컵경기장 부대시설(토지 5만7,534㎡ 건물 1만8108㎡)을 20년간 빌려주고 매년 임대료(45억8,000만원)를 받는 내용의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다. 시는 그러면서 롯데쇼핑이 재임대할 수 있는 면적을 9,289㎡로 제한했다. 롯데쇼핑도 “시의 승인 없이 대부 받은 재산을 전대(轉貸) 또는 그 권리를 양도하지 않고, 이를 위반해 퇴거명령을 받았을 때엔 아무런 이의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즉시 대부시설을 명도한다”는 내용의 각서(계약서 부속서류)에 서명까지 했다.
그러나 롯데쇼핑 측은 시의 허가도 없이 재임대 면적을 야금야금 늘렸다. 실제 2012년 재임대 면적은 1만781㎡, 지난해엔 1만3,287 ㎡ 였다. 롯데쇼핑은 이를 통해 광주시에 매년 내는 임대료보다 많은 재임대 수익을 올렸다. 실제 2012년의 경우 재임대 수익은 46억8,000만원이었다. 지난해 재임대 수익은 롯데쇼핑 측이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2012년 수익금을 기초로 ㎡ 당 단가를 단순 대입할 경우 57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이 남의 땅으로 공짜 장사를 해 돈까지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롯데쇼핑의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지난 13일 시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과의 임대계약 해지 여부는 자치단체장이 판단하라고 했다. 그간 롯데쇼핑은 단순한 면적 변경은 통보사항으로 계약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시는 이에 따라 롯데쇼핑이 불법 재임대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환수하는 것을 비롯해 임대료 재협상, 임대계약 해지 등의 다양한 방안을 놓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역 중소상인들은 “시가 당장 롯데쇼핑과의 임대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 관계자는 “광주시가 법률을 위반한 롯데쇼핑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 당연한 것인데도 머뭇거린다면 롯데쇼핑 봐주기라는 의혹을 살 수 있다”며 “광주시는 시민과 행정기관을 우롱하고 배짱영업을 대기업 유통업체의 횡포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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