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lazy accent라는 말이 있다. ‘게으른 억양’으로 번역되지만 사실은 ‘원음을 정확하게 발성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원어민이 R음을 생략하거나 미국인이 영국 억양을 섞어 발성할 때에도 이런 지적을 받는다. ‘There’s a car in the park’ 문장에서 r음을 생략하면 Boston accent나 영국 억양처럼 들린다. 이 때문에 타 지역 사람들은 Boston accent을 ‘lazy accent’라고 말하기도 한다. 영어에서 일정 자음이나 모음을 충실하게 발성하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생략하는 것은 마치 한국인이 ‘혀 짧은 소리’를 내거나 바보 같은 억양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청소했어요’를 ‘텅쏘 해떠요’라고 발성하는 것이 우리말의 lazy accent인 셈이다.
미국의 북서부 California나 Arizona주에서는 남서부나 동북부 발음을 약간 lazy accent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모음을 늘어뜨리거나 자음을 생략해서 발성하지 않는다며 남부 발음을 그렇게 보는 것이다. Jersey accent와 Louisiana accent도 일부에서는 저학력 억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학력과 상관없이 듣기 답답하고 짜증스런 억양이라는 의미에서 lazy accent라고 말한다. 지방 억양이 너무 심한 경우 ‘thick accent’라는 지적을 받는데 lazy accent는 어느 지방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듣기 편한 발음을 하지 않을 때 종종 하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산 지 7년이 넘은 어느 영국인은 다소 고전적이고 듣기 좋은 영어 억양이라는 평판을 듣는데 술 한잔 하고 나면 영국 특유의 억양이 살아나서 London 토박이 발음 cockney 억양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 억양은 곧 ‘내가 당신들보다 더 교육받았고 똑똑하단 말이야’(I’m smarter than you think)라는 느낌을 주고 ‘권위 있는 억양’(the accent of authority)이나 bossy accent처럼 들리기도 한다. 런던 사람이 arm을 ‘아-ㅁ’처럼 발성하면서 r음 생략을 하고 night의 이중 모음 발성을 ‘나잇’이 아니라 ‘나-잇’처럼 단모음 장음처리를 하고 ‘letter’도 ‘레터’ ‘레더’보다는 ‘레러’ ‘레어’처럼 발성하면 lazy 억양으로 들린다. 발음에 관해 영국인들은 매우 민감하며 발음으로 사회 계층을 운운하기 때문에 오죽하면 ‘어떤 영국인이 입을 여는 순간 또 다른 영국인은 그 발음을 혐오한다’(the moment an Englishman opens his mouth, another Englishman despises him)는 말이 나왔다. 어쨌든 다른 지역의 발음을 lazy, low-educated, silly accent라고 부르는 것은 상대의 발음을 우습게 보려는 의도도 있다.
‘Thank you’의 발음을 놓고 50-60년대의 한국 영문학 교수들은 ‘쌩큐’ ‘댕큐’ ‘땡큐’ 파로 나뉘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지만 가장 원음에 가까운 것은 마지막의 ‘땡큐’이다. 이를 아직도 일본식이나 엉터리 발성으로 한다면 그것이 바로 Lazy 억양이다. 원음 그대로 자음과 모음을 제대로 발성해야 proper accent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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