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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지 "국민첫사랑? 예쁜 역할 집착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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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지 "국민첫사랑? 예쁜 역할 집착 안 해요"

입력
2015.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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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는 공개연애 중인 이민호에 대해 묻자 “요새 영화 홍보하느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배수지는 공개연애 중인 이민호에 대해 묻자 “요새 영화 홍보하느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아이돌그룹 출신이 판소리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룹 내에서 뛰어난 보컬 실력을 자랑한 것도 아니다. 조선 최고의 여류소리꾼 진채선이라는 실존인물을 그린다는 사실에 더욱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괜한 걱정이었다. 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배수지(22ㆍ수지는 연기활동 때는 본명을 쓴다)는 영화 ‘도리화가’(25일 개봉)에서 ‘서편제’(1993)의 오정해 못지 않은 소리를 구사해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고 온 몸으로 한 맺힌 소리를 내뿜으며 민중을 위로했던 진채선, 아니 배수지의 도전은 성공적이다. 더 이상 ‘국민 첫사랑’은 없었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수지에게 ‘판소리에 왜 도전했느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눈물이 났을 정도로 연습생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는 그는 “딱 하나 걸리는 게 판소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영화 속에서 배수지는 소위 ‘악으로 깡으로’ 소리를 배운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무에 끈을 매달아 배에 두르고는 미친 듯이 고함을 친다. 득음을 위해서 소리꾼이라면 거쳐야 할 피나는 노력이다. 이 장면을 위해 살수차를 대동해 하루 종일 물을 맞았다.

영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으로 변신한 배수지.
영화 '도리화가'에서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으로 변신한 배수지.

판소리의 ‘판’자도 모르는 배수지는 그렇게 명창 진채선을 연기하며 실제로 소리를 배워갔다. 지난 1년 내내 박애리 명창에게 판소리를 듣고 익혔다. 그는 “영화 초반과 후반의 소리가 다른데 초반 부분은 나도 못 들어주겠더라”며 웃었다.

“판소리에는 악보가 없기 때문에 주구창창 선생님의 소리를 녹음해 듣는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판소리를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죠. 어차피 영화 내용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진채선이 갈수록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그저 “배우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를 떠올렸다고. 댄스대회에 나가기 위해 춤을 배우는 제니퍼 로렌스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했다고 했다. “남편과의 이혼 등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춤을 배우는 제니퍼 로렌스는 전문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캐릭터의 내면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죠. 무조건 잘 하는 게 우선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배수지는 영화 '도리화가'를 위해 1년 간 판소리를 배웠다.
배수지는 영화 '도리화가'를 위해 1년 간 판소리를 배웠다.

광주의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왔고, 고된 연습생 시절을 거쳐 가수가 된 배수지의 경험은 진채선에게 감정 이입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악을 쓰고 울기도 했던 과거의 자신과 진채선이 너무 닮았던 때문이다. 심청가를 부르다 감정이 복받쳐 심청이처럼 물 속에 빠지거나 흥선대원군이 개최한 경연대회인 낙성연에서 춘향가의 ‘쑥대머리’를 부르며 류승룡과 눈빛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미쓰에이의 수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랄 만한 연기와 소리다.

“‘국민 첫사랑’은 좋은 수식어지만 넘어야 할 과제예요. 사실 제가 첫사랑 같이 생기지도 않았잖아요.(웃음) 예쁜 역할에 집착하진 않아요. 저와 닮은 역할에 매력을 느끼거든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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