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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과 마녀사냥 다룬 연극…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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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즘과 마녀사냥 다룬 연극…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명작

입력
2015.11.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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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밀러 '시련'으로 연극무대에 오르는 이순재. 국립극단 제공
아서밀러 '시련'으로 연극무대에 오르는 이순재. 국립극단 제공

“매카시 광풍 때문에 아서 밀러가 곤욕을 치렀고 그걸 패러디하기 위해 마녀사냥과 결부시켜 쓴 작품이 ‘시련’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내놔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도 있죠. 명작입니다.”

배우 이순재(80)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 ‘시련’(박정희 연출)을 통해 연극 무대에 오른다. 12월 2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에서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불의를 보고도 눈감는 주지사 댄포스 역할을 맡았다. 19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순재는 “말년에 제가 할 수 있는 큰 작품이다. 제 대사가 200번쯤 나오는데, 쉴 새 없이 (상대 배우와) 맞붙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최고의 행정관 정치인으로 행정 법률을 다 다루는 복합적인 인물이죠. 상당히 권위적이고 그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뻔히 보이는 부정을 눈감고 넘어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재작년 9월 서울대 연극동문들의 극단 관악극회에서 ‘시련’을 연출했고, 국립극단에 이 작품 제작을 먼저 의뢰했을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1690년대 청교도 이념이 지배하는 폐쇄적인 마을 세일럼의 마녀사냥을 줄거리로 한 이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의미가 지속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시련’은 마을 소녀들이 한밤 중 숲에서 악령 부르는 놀이를 하다가 탐욕적인 목사 패리스가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마녀사냥과 그 희생자 프락터의 죽음을 통해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이 작품은 예전 (대학 강의할 때) 워크숍 작품으로 다뤘어요. 배우들 대사 훈련을 시키는데 필요한 작품이라서 읽었는데, 새삼 재발견했죠. 작품이 함유한 정치적 의미, 시대 배경이 복합적이면서도 인물 성격을 아주 명료하고, 명쾌하게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국립국악원, 대학로 팝업시어터 사건 등 최근 공연계 정치 검열 논란과 관련해 작품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아서 밀러 자신이 당한 정치적 탄압, 그것으로 인권이 말살되는 것을 비판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작품은 티켓 판매 첫날인 4일 전체 유료 객석의 절반, 보름째인 19일 90%가 판매됐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고전 명작 공연은 연기전공 학생들의 단체 구매가 많은데, 이 작품은 개인 구매가 대다수다. 판매 첫날 해당 인터넷사이트에 댓글이 300개 이상 달렸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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