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돈 벌러 왔는데…”
한국 과잉반응에 억울해 해
무분별한 단속으로 피해 입기도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불법체류 인도네시아인 A씨가 18일 검거되면서 한국이 테러 안전지대인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테러조직 추종자로 체포된 A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그의 동조자 또는 공범이 국내에 잠입했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무슬림이 20만여 명에 달하면서 극단주의 성향의 인물들도 없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 돈을 벌러 온 것이라 테러와는 무관하다”며 한국의 과잉반응에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국내 무슬림 가운데 테러 위험군과 관련해 “국정원 군 경찰 등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모이면 극단주의자들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그에 대한 법적 대응 조치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정원장을 지내며 얻은 정보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무슬림 문제에 대해서는 기독교계 일부 인사들도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군 경찰 등은 무슬림 가운데 테러 위험군의 규모나 실질적인 위협 가능성과 관련해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들은 국내 테러 위험군의 실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테러방지법 통과의 필요성은 주장하고 있다.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가 있지만 알카에다 추종자에게 이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검거된 A씨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총포ㆍ도금 및 화약류 관리법 위반 등이 적용됐다. 국가보안법도 반국가단체 관련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해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현재의 법체계로는 테러 위험분자를 파악해도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다”며 “테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테러리스트와 다르다”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왜곡되는 것을 우려했다. 섹알마문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한국에 입국하는 이슬람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파키스탄ㆍ방글라데시ㆍ우즈베키스탄ㆍ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이슬람을 극단적으로 믿는 나라와는 다른 국가”라며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오는 것이지, 테러리스트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 오기 위해 까다로운 신원 확인 절차도 거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시행 중인 고용허가제에 따라 해당 국가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현지 경찰서에서 범죄사실 확인서를 국내에 제출한 뒤에야 국내에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은 “이번에 체포된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실제 테러조직에 가담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상 범죄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단속이 종종 합리적 이유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조합에 따르면 2013년과 2006년에도 각각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테러 관련 첩보가 있다”며 체포돼 조사받았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경기도 한 공장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B씨의 경우 2013년 사법당국의 ‘테러리스트 단속’에 놀라 공장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양쪽 다리가 부러졌다. 당국은 “방글라데시 쪽의 첩보가 있었다”며 단속에 나섰지만, B씨가 병원에 입원하자 “2주 안에 출국하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국내체류 하는 동안 단속하지 않겠다”며 말을 바꿨다.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조차 테러리스트 첩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혀 입장이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2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현재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박진우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노조 사무차장도 “일부 이슬람 과격세력의 범죄사실을 갖고 이주노동자 모두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