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국내에 머무르던 인도네시아인 A(32)씨가 국제 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한 혐의로 18일 검거되면서 그간의 행적과 테러단체와의 관련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누스라는 이라크 원리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시리아 반군 조직이다. 최근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와는 알카에다에서 파생됐다는 점에서 비슷한 이념 성향을 보이지만 IS가 2013년부터 시리아에서 세를 넓히기 시작하면서 갈등을 빚어온 관계다. 2013년 말에는 알누스라와 IS간 교전이 벌어져 1,000여명의 사망자가 생기기도 했다.
경찰은 일단 A씨가 돈을 벌 목적으로 입국한 뒤 자생적인 테러단체 추종자가 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초에 테러를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사결과 A씨는 2007년 위조여권을 통해 국내에 입국해 8년 동안 공장노동자로 근무하며 생계를 꾸려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검거된 충남 아산 지역에는 2,900여명의 인도네시아인이 거주하고 있어 불법체류자 신분임에도 상대적으로 활동에 제약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씨에게서 입국 초기 별다른 특이점이 포착되지 않았고, A씨가 2012년 결성된 알누스라를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찬양한 점도 자생적 추종자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현재로선 A씨가 불법체류자로서 느끼는 처우에 대한 불만이나 다른 이유로 원리주의에 경도됐을 뿐, 실제 테러세력과의 연결 고리는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종화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무슬림들이 한국에서 기피 업종에 종사하며 차별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우리 사회에 스며들지 않아 얼마든지 극단주의 사상에 심취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찰은 A씨의 압수품과 최근 행적 등으로 볼 때 향후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보고 동조자 또는 연계세력 확인에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A씨의 거주지에서는 M16 모의 소총과 보위 나이프 등 흉기류와 이슬람원리주의 서적 10여권이 발견됐다. 또 그가 두 달에 한 번씩 페이스북 계정을 바꾸고 직장 기입란을 통해 ‘알누스라 전선병’을 자처하는 등 테러 조직원의 행태와 유사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자국어는 물론 아랍어에 한국어 의사소통까지 자유로운 편이고 스마트한 이미지가 강하다”며 “페이스북 계정을 자주 바꾼 점만 봐도 감시 기류를 느끼고 대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충호 경찰청 외사정보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IS보다 알누스라가 자유를 위한 독립투사이기 때문에 더 옹호하고 지지한다고 A씨가 밝힌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의식화 과정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테러조직에 경도된 A씨가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뒤 장시간 국내에 머무른 사실이 확인돼 외국인 출입국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9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불법체류자 중 상당수가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공장 노동자이고 A씨처럼 주로 위조여권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데 이 대열에 얼마든지 테러 용의자가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편 A씨의 테러 혐의 등이 특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찰이 서둘러 관련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국회에 계류 중인 대테러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드러난 테러 추종 혐의만으로는 기껏해야 강제추방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이주노동 단체 관계자는 “공교롭게 이날 국가정보원에서 IS와 연관된 국내 실태를 공개했고, 당정회의에서도 대테러법의 국회 통과에 속도를 내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테러 위기 고조로 법안 통과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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