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이 귀국해야 입장 나올 듯
한 위원장, 2차 시위 독려 서신 게재
물대포에 중태 빠진 백남기씨 가족
강신명 경찰청장 등 살인미수 고발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신변보호 요청과 불교계의 중재 노력을 부탁하면서 조계사 측이 장고에 들어갔다. 조계사 측은 한 위원장의 요청을 숙고해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종단 내부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8일 “한 위원장이 이날 오전 부주지 담화 스님 및 총무원 관계자 등과 면담을 갖고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무례하고 어려운 부탁이라도 부처님의 화쟁(和諍ㆍ다툼을 화해시키다)의 마음으로 껴안아주실 것을 청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위원장은 17일 저녁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민중총궐기의 힘과 분노로, 공안탄압을 뚫고 총파업 전선에 서자”며 12월 5일 예정된 2차 대규모 시위를 독려하는 서신도 올렸다.
조계사는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하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철도노조 파업 때와 다르게 과격 시위가 동반된 측면이 있어 종단 내에서 한 위원장이 나가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조계사 측은 일단 19일 오후 화쟁위원회 회의를 열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지만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귀국하는 주말쯤에야 확실한 입장 정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8)씨의 가족은 강신명 경찰청장 등 책임자들을 살인미수 및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등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제4기동단장, 제4기동계장 등을 현장 책임자 및 직접 가해자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인에는 김영호 전농 의장과 백씨의 큰딸 등 33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경찰 인권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 교수가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에 항의하며 경찰청에 사임계를 제출하는 등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 교수는 “경찰 수뇌부에 여러 차례 과잉대응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현실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경찰 인권위원회는 형식적 조직으로 전락해 더는 업무를 수행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해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조사관을 보내 기초조사에 착수했다. 기초조사를 거쳐 경찰의 인권침해 행위에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면, 인권위는 이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본격적으로 직권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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