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경기장 테러범의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이 17일 위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유럽 각국이 나서 해당 여권의 통행 기록을 샅샅이 살피고 있지만 여권 주인인 아흐마드 알무함마드의 한 달여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은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 외부에서 자살폭탄을 터트린 테러범 인근에서 발견된 여권이 위조된 것으로 이날 확인했다. 일부 당국자들은 여권의 실제 주인인 1990년 9월10일생 ‘아흐마드 알무함마드’가 이미 수개월 전 숨진 시리아 친 정부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속 이름과 국적이 실제 테러범의 신원과 다른 데다, 해당 여권에 대한 기록마저 오래 전 끊겨 수사에 큰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난민 8명이 해당 여권과 거의 같은 정보를 사용해 유럽으로 들어왔다는 보도까지 나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그리스, 세르비아 등은 테러범이 이 여권을 가지고 지난달 3일 다른 난민 197명과 함께 그리스 레로스 섬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그는 며칠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를 거쳐 크로아티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파악된 그의 동선은 여기까지. 이후 한 달여간 행적은 불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터키 등 일부 국가의 암시장에서는 난민을 상대로 여권 매매가 성행하기 때문에, 가짜 여권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시리아 국적 여권은 다른 분쟁지역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 시리아 출신이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파키스탄 출신인 것보다 망명 승인을 받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유럽으로 밀려 들어오는 난민 속에서 가짜 난민을 일일이 구분해 내기에는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국경관리기구인 프론텍스 관계자는 “지난달 초 사무국에 775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절반도 안 되는 320명만 추가 배치해줬다”며 “어제도 사무국에 난민들의 지문 확인과 검문을 위한 인력을 보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난민등록소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등록소에서는 난민이 신청서에 이름과 국적, 생년월일, 출신지 등을 적어 여권과 함께 제출하면, 직원이 여권을 스캔하고 열손가락 지문을 찍고 바로 A4용지 1장짜리 여행허가증을 내준다.
극단주의자들이 난민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만큼 프랑스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파리 테러 수사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에 “다른 테러범들도 난민 경로를 통해 유럽에 들어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행적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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