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과 파산 사건 3만여건을 변호사 자격 없이 대행해 480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챙긴 법조 브로커 7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에게 자격증을 빌려준 판ㆍ검사 출신 변호사와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에게 수임료를 빌려주고 이자를 챙긴 대부업자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변철형)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채모(53)씨 등 법조 브로커 77명과 조모(49)씨 등 변호사 57명, 법무사 12명, 이모(64)씨 등 대부업자 3명 등 149명을 적발해 이중 31명을 구속 기소하고 1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조 브로커들은 2009년부터 올 9월까지 변호사 자격증 없이 3만건이 넘는 개인회생과 파산 사건을 맡아 의뢰인 1인당 수임료 120만~200만원씩 총 48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형 법조 브로커 채씨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직원 50여명을 고용해 개인회생 등 1만997건을 수임, 166억원을 챙겼다. 채씨는 변호사 고용해 서울 서초동에 법률사무소를 차려놓고 광고업체 등까지 직접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자격증을 빌려주고 42억8,000여만원을 챙긴 변호사와 법무사도 적발됐다. 변호사 중에는 부장판사와 지검 지청장 등을 지낸 판·검사 출신 변호사 9명과 대한변호사협회 간부 1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건당 수임료의 10~20%를 받거나 한달에 고정급으로 700만~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업자들은 법정 최고 이율 34.9%로 개인회생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대출해주고 37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브로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브로커에게 수임료 채무에 대한 연대 보증을 서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가 아닌 브로커들이 사건을 맡아 회생 절차 등이 부실해지면서 채무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 검찰에 따르면 빚을 성실히 갚은 채무자들이 나머지 빚을 최종적으로 탕감 받은 비율을 나타내는 면책률이 브로커들이 활개 친 서울과 인천의 경우 19.3%, 11.8%로, 전국 평균인 29.2%에 못 미쳤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회생·파산 사건은 상대적으로 많은 법률지식이 필요하지 않지만 절차 진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수임료가 높지 않아 변호사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며 “브로커들이 그 틈을 파고 들어 장악했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제도는 많은 빚으로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들이 빚을 성실히 갚을 경우 나머지 빚을 탕감해 회생을 돕는 제도로 2004년 개인채무자회생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국내 개인회생 접수 사건은 2010년 4만6,972건에서 2011년 6만5,171건, 2012년 9만368건, 2013년 10만5,885건, 지난해 11만70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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