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대입 내신 절대평가 전환도 검토
한국사의 필수 과목 지정도 부담
이과생들 재수 땐 새로 공부해야
"망치면 끝…" 수험생들 이중부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부진한 성적을‘재수’를 통해 만회하던 수험생들이 앞으로 5년 동안은‘패자 부활’을 꿈꾸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2021학년도까지 매년 시험 체제 변화가 예고 돼 있어 수능을 망쳐도 재시험을 보는 데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연간 13만 여 명의 재수생이 수능을 다시 치르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시험 체제는 오는 2017학년도부터 향후 5년 동안 매년 크고 작은 변동사항이 있다. 가장 큰 수능체계의 변화는 2021년도에 도입되는 문ㆍ이과 통합 수능 시험이다. 문ㆍ이과 통합 형태의 공통 시험은 수능 역사상 처음 실시되는 만큼 난이도나 출제 경향 등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20학년도 수능을 보는 현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사실상 재수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당해 수능 시험에서 극단적인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학년도부터 국어영역이 통합되는 것도 변수다. 국어영역은 현재 난이도 별로 A형, B형으로 사실상 문ㆍ이과 분리 시험을 실시해 왔지만 2017학년도부터 통합형 수능을 실시한다. 문과형 수능에 출제됐던 ‘중세국어’가 빠질 경우 난이도가 낮아지고, 이과형 수능에 출제됐던 ‘기술지문’이 포함되면 난이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난이도를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8학년도 수능의 영어영역 절대 평가체제 도입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수학 과목 경쟁이 치열해 지는 점도 수험생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17학년도 수능에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 되는 것도 부담이다. 기존에 한국사 공부를 하지 않았던 이과생도 재수를 선택하면 한국사를 새롭게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학년도에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수능 시험에 처음으로 반영되고 2019학년도에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입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1점차로 당락이 엇갈리는 실정에서 이 같은 잦은 수능체계 변화는 수험생들에게 이중의 부담이 된다. 인문계 출신으로 2011학년 수능에 실패하고 2012학년 수능을 다시 치렀다는 김모 (24ㆍ인천대)씨는 “재수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좌절감이 컸는데 그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미적분을 다시 공부해야 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며 “이과생 친구와 학원 수학 선생님 도움을 받아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미적분을 익혀야 했다”고 돌아봤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이전까지 이과 계열 학생들만 배우던 ‘미적분과 통계 기본’ 단원이 처음으로 문과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시험에도 도입됐다.
전문가는 이 같은 변화가 정권마다 새로운 업적을 내기 위해 입시 제도를 뒤흔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은 정부가 나서 수능에 해당하는 SAT나 ACT의 시험 체제를 바꾼 적이 없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각기 중시하는 정책 노선에 따라 입시 제도를 바꾸고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 관여해왔다”고 비판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입시 정책은 사교육 부담을 경감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며 “사교육 경감이라는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적이고 교육적 견지에서 입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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