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아내가 첫 재판에서 “화해 분위기에서 성관계를 한 것이지 강간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2013년 5월 부부 강간죄 성립을 인정한 이후 아내가 피의자로 구속된 첫 사례여서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김우수) 심리로 18일 열린 아내 심모(40)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심씨 측 변호인은 “남편을 감금해 다치게 한 것은 인정하지만 남편과 이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그랬던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국민인 배심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법원에 냈다. 하지만 남편 측 변호인은 “피해자는 참담한 공포와 수치심을 느낀 상태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심하다”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심씨를 도와 남편을 넘어뜨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불구속 기소된 남성 김모(42)씨도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심씨는 생년월일과 집 주소, 직업 등이 공소장에 기재된 대로인지를 확인하는 재판장에게 “네”라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심씨 측은 10여년 전부터 앓아온 당뇨가 심해 건강이 악화된 상태란 이유로 지난 12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하기도 했다.
심씨는 올해 5월 서울 종로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남편을 약 29시간 가둔 뒤 청테이프로 그의 손발을 묶고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그는 못 움직이게 된 남편에게 “이혼의 귀책사유는 전적으로 제게 있고 결혼 외 혼외 이성 관계 때문”이라는 식의 진술을 강요해 남편의 음성을 핸드폰에 녹음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3년 6월 형법상 강간죄의 피해 대상이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되면서 여성에게도 강간 혐의가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여부 등 검토를 위해 다음달 2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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