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한심한 작태가 18일에도 이어졌다. ‘의원 돌려막기’라는 비판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다 회의 자체를 파행으로 몰아간 것이다. 여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오후 늦게 회의를 재개했다.
이날 파행은 새누리당의 ‘트집잡기’가 발단이 됐다. 예결특위 내 예산안조정소위가 시작된 직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자청, “(야당에 의해) 쪽지예산에 대한 국민 공분도 모자라 ‘쪽지 국회의원’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행위가 벌어지는데도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면 불공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도 “여당은 8명이 14일간 뛰어야 되는데 야당은 예결위원 23명이 전부 투입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당이 언론에 사ㆍ보임한다고 얘기해서 우리도 수습 차원에서 그 방식을 따라간 것인데 여당이 뒤늦게 사ㆍ보임한 적 없다고 우기면서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며 “이렇게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회의를) 운영할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네 탓 공방’을 이어가자 김재경 위원장은 회의 시작 20분만에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이날 파행은 여야가 공히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몰두하다 국민적 질타를 받은 것을 두고 뒤늦게 상대방 탓에만 몰두하다 빚어졌다. 앞서 여야는 소위 위원을 당초 합의했던 15명(여 8명, 야 7명)보다 1명씩 늘렸다가 논란이 되자 약속이나 한 듯 꼼수를 썼다. 새누리당은 이정현ㆍ안상수 의원이 절반씩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고, 새정치연합은 8명이 돌아가면서 회의에 참석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원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새누리당은 은근슬쩍 없었던 일로 해놓고선 이날 회의에서 자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자 비판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 따라하기’였을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은 셈이다.
여야는 부실심사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결국 오후 늦게 회의를 재개한 뒤 “19일부터는 사ㆍ보임 없이 고정멤버로 소위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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