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최강희(56)감독과 주장 이동국(36)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09년부터 사령탑과 선수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전북을 K리그 신흥 명문 구단으로 올린 주역이다. 최강희 감독에게 이동국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 사이를 넘는 ‘믿을 맨’이자 최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푸른 소나무처럼 전북을 지키는’ 존재다.
지난 6년간 서로에게 믿음을 보여주며 팀 도약을 이끌어온 두 사람은 18일 전북 완주군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우승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먼저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동국은 최 감독에 대해 “평생의 은혜를 받았다”고 입을 뗐다. 두 번째 유럽 진출의 실패를 안고 방황하다 2009년 최강희 감독을 만나 전북에 둥지를 튼 것이 그의 축구인생 중 가장 큰 전환기가 됐다는 의미다.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K리그로 복귀한 이동국은 그 해 곧바로 팀의 K리그 우승컵에 힘을 보탰고, 네 번째 우승컵을 올린 지금까지 늘 팀 중심에 있다. 그는 “항상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부상 없이 뛰어야겠다고 다짐한다”면서 힘들던 시절 자신을 일으켜준 최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동국은 은퇴에 대한 생각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경기력이 떨어져 출전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감독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은퇴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아마 감독님은 내게 (은퇴)권유를 못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후배 차두리(35ㆍ서울)와 이천수(34ㆍ인천)는 이번 시즌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새파랗게 젊은 애들이 은퇴를 한다”며 “아름답게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은퇴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 자체가 즐겁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욕심을 낸다. 후회 없이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나오고 싶다”고 답했다.
이동국에 이어 기자들과 만난 최강희 감독은 “2009년 이동국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며 오히려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최 감독은 “지금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멀리서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것이 있다. (이)동국이가 감독 때문에, 그리고 팀을 위해 잘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은퇴에 대해 최 감독은 “30대 후반에게 스트라이커는 매우 힘든 포지션이라고 말했는데 아직도 팀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는 항상 이동국을 곁에 두고 함께 했으면 한다”고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완주=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