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테러 현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불안해 하는 어린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 영상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현장에서 한 방송기자가 아이에게 이번 테러에 관해 묻자 “아주 나쁜 사람들 때문”이라며 “나쁜 사람들이 또 총을 쏘면 위험하기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듣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프랑스는 우리의 집이기 때문에 이사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에 아이는 “나쁜 사람들은 총을 들고 있어 우리를 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아버지는 웃으며 “우리에게는 꽃이 있고,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총과 맞서려 하니 안심하라”고 말하자 아이는 “꽃과 촛불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거야?”라고 되물으며 표정이 한결 밝게 바뀐다.
‘꽃이 총을 이길 수 있다’는 아버지의 비유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진 않지만, 아이 눈높이에 맞게 상황을 설명하고 아들을 안심시킨 아버지의 태도가 돋보인다.
뉴욕타임스는 17일 프랑스가 이번 파리 테러로 충격을 받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은 테러 직후부터 “어린 자녀에게 테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미국 소아학회는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폭력도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부모가 말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여러 경로로 나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4살 이상의 아이가 물어본다면 숨기지 말라”고 전했다. 다만 아이가 너무 어리다면 눈높이에 맞춰 ‘추상적’으로 알려주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폭력적인 영상이나 사진은 배제하고,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 대신 동영상 속 아버지처럼 ‘사람들이 서로 도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가 묻는 말에 진지하게 답해주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림 2몽꼬띠디엥(Mon Quotidien) 일간지의 프랑스 테러 특별판. 6-10세 독자를 위한 '쁘띠꼬띠디엥(Petit Quotidien)', 10-14세를 위한 '몽꼬띠디(Mon Quotidie)', 14-17세를 위한 '락뛰(L' Actu)'로 나눠 정치사회 현안을 다룬다.
6~10세 독자를 대상으로 한 프랑스 일간 ‘르 쁘띠 꼬디디엥(Le Petit Quotidien)’ 의 편집장 프랑소아 뒤푸르는 아동 독자들을 편집국으로 불러 독자의 질문에 답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10살 테오도르는 “어떻게 착한 어린이들이 악마 테러리스트로 변할 수 있는 건가요? 부모님이 있었다면 절대 그럴 수 없었을 텐데, 혹시 다른 테러리스트의 인질로 잡혀서 키워진 게 아닐까요?”라고 질문했다. 테러범이 축구와 록앤롤 음악을 싫어해서 그 장소를 공격했는지, 아이들은 죽지 않았는지, 왜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죽인 건지 등등 질문이 쏟아졌다.
뒤푸르 편집장은 ‘테러리스트가 다시 공격할지’ 묻는 아이에게는 “아니라고 말할 순 없지만, 많은 경찰들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정직하게 답했다. 그는 “아이들은 화성에 사는 생물체가 아니라 같은 지구에 살고 있다”며 “끔찍한 피해 사진이나 영상은 보여주지 말되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려주고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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