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톈미미’(甛密密)를 부른 가수 덩리쥔(鄧麗君ㆍ1953~95)의 한 평생을 드라마로 공동 제작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의 역사적인 양안 정상회담 후 문화 교류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18일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덩리쥔의 오빠인 덩창푸(鄧長富) 덩리쥔문화교육재단 이사장은 최근 “ 양안 합작 60부작 드라마 ‘덩리쥔’의 주요 줄거리를 이미 양안 관련 당국에 심의를 신청한 상태”라며 “승인이 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덩리쥔 드라마는 덩리쥔문화교육재단과 중국 후난(湖南)위성TV가 공동으로 제작하며 총투자액은 1억2,000만위안(약 220억원)에 달한다. 덩 이사장은 “덩리쥔 드라마 제작시 가장 어려운 건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극본을 만드는 데에 있다”며 “극본이 이미 25부까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드라마의 총감독이나 주연 배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본격적 촬영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소문만 무성하고 지지부진했던 덩리쥔 드라마 제작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올해가 덩리쥔 사망 20주기인데다가 최근 양안 정상회담이 가져온 화해 분위기의 영향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은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분단 66년만에 첫 양안 정상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과 양안 문화 교류 협력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덩리쥔은 장제스(蔣介石)를 따라 대만으로 이주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11살 때부터 방송에 출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의 중국에선 그의 노래들이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개혁개방 이후 해금이 되면서 그의 인기는 전 대륙으로 확장됐다. ‘중국의 낮은 늙은 덩(덩샤오핑)이 지배하고, 밤은 젊은 덩(덩리쥔)이 지배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덩리쥔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들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그는 다시 사실상의 금기 인물이 됐다. 이러한 덩리쥔의 일생을 다룬 드라마 제작에 중국의 방송국이 참여하기로 한 것은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덩리쥔의 열렬한 팬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시 주석은 1979년 겅뱌오(耿飇) 당시 국방부장의 비서를 지낼 때 덩리쥔의 노래 샤오청구스(小城故事)의 테이프가 망가질 때까지 들을 정도로 그의 노래를 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와 일본, 미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덩리쥔은 1995년 태국 여행 중 기관지 천식으로 인한 발작으로 숨을 거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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