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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처럼 뛰는 그녀는... '동포 흑진주' 첼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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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처럼 뛰는 그녀는... '동포 흑진주' 첼시 리

입력
2015.11.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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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한국인으로 국내선수와 같은 조건으로 활약 중인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의 첼시 리. WKBL 제공
할머니가 한국인으로 국내선수와 같은 조건으로 활약 중인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의 첼시 리. WKBL 제공

지난 16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천 KEB하나은행과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가 막 끝났을 무렵, 수훈선수 기자회견에 나선 KEB하나은행의 용병 버니스 모스비(31)에게 취재진이 “하나은행은 다른 팀들과 달리 외국인선수 두 명이 함께 뛰는 효과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료 첼시 리(26)가 “아냐, 난 한국 사람이고 우리 팀도 외국인 선수는 한 명만 뛴다”라고 중얼거렸다. 리는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라 해외동포 선수 자격을 얻어 이번 시즌 국내 선수와 같은 조건으로 KEB하나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다고 하지만 리는 누가 봐도 외국인이며 흑인 특유의 탄력을 갖추고 있어 농구 기량 또한 완벽한 용병이다. 이번 시즌 각 팀은 외국인선수 2명을 보유하되 1명만 출전시킬 수 있지만 하나은행은 용병과 다름없는 첼시 리를 기용해 톡톡한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 리는 1라운드까지 평균 15.8득점에 리바운드 12.2개를 잡아내며 득점은 국내 선수 중 1위, 리바운드는 전체 1위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리의 혼잣말에 모스비는 “아, 맞아. 너 한국 사람이지”라며 웃음보가 터지는 바람에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리는 “우리 팀이 이런 문제 때문에 다른 팀들의 견제를 많이 받아야 했다”며 “삼성생명에는 20점 넘게 패하는 등 우리가 다른 팀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첫 경기에 시작 3분 만에 반칙 3개를 지적 받았을 때에 비하면 한국 농구에 적응을 많이 했다”면서 “앞으로 다른 팀들이 나에 대해 더 분석을 하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나도 새로운 모습으로 2라운드 이후를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의 ‘첼시 리 효과’는 리그 전체 판도를 흔들 조짐이다. 1라운드를 마친 현재 최근 3연속 챔피언에 오른 춘천 우리은행이 4승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개막 16연승을 달렸던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다. 춘천우리은행이 1라운드에 패한 팀이 바로 KEB하나은행이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하나은행은 3승2패로 공동 2위에 올라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부상 중인 샤데 휴스턴이 복귀하면 ‘첼시 리 효과’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일구 여자농구연맹(WKBL) 홍보팀장은 “여자농구는 직계만 한국인으로 인정하는 KBL과 달리 조부모까지 해외 동포로 인정한다”면서 “KBL에 비해 유연한 이유는 남자 농구 선수들에 비해 저변이 약한 여자 농구 활성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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