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는 지난 11월 초 한국이 2014년 12월 한ㆍ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에너지 신산업 모델을 GCF 최초 사업 중의 하나로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사업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GCF 최초 사업이라는 것 이외에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응 경험을 개발도상국 단체와 공동으로 국제사회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총 911만 달러 규모의 이 사업은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고 기존의 산림훼손형 과일채취방법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소득을 향상시킨다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업 대상 지역은 외부로부터 접근이 어려워 보트로 운송한 디젤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은 운송비를 반영한 높은 전력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도 심각하다.
이 사업 중 한국이 180만 달러를 부담하여 담당하는 핵심 사업 부문은 제주도의 가파도와 전라남도의 가사도에서 이미 시행되었던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 경험을 페루 환경보호기금과 함께 아마존 지역 습지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는 아마존 오지 지역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장치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한다. 기존 3개 및 신규로 건설하는 과일 가공 공장 등에 태양광 발전 및 전력 저장 장치를 설치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일으키는 화석연료에 의한 전력 공급을 태양광이라는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것으로 전환하려는 사업이다. 동시에 가공 공장에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만들어낸 전력을 공급해서 원주민이 수확한 과일을 주스 등으로 가공ㆍ판매해 이들의 소득향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페루 지역 전력 공급 사업 이외에 다른 부처와 공동으로 유사한 국제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GCF에 개발ㆍ제안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사업에 재원을 공급하는 GCF는 본부가 한국 송도에 있어서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국제기구이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다른 다자간 국제협력기구에 비해 수혜국가인 개발도상국의 의견을 중시하여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다른 국제협력 기구들은 수혜 당사자인 개도국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여 자신들의 이득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반면에 GCF 이사회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동수이고 사업 결정도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개도국의 입장을 상당히 배려하는 의사 결정 체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GCF는 사업 수행에서 개도국의 능력 배양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개도국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GCF가 직접 지원을 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인증기구 중 상당수가 개도국 기관이라는 점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오는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1)가 열리면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이 검토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사업들을 구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류가 처한 기후변화문제는 경제발전을 위한 욕구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므로 우리 스스로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예외가 아니다. 개발 경험과 기후변화 대응 사업 경험을 국제사회 특히 개발도상국과 선도적으로 공유하는 적극적인 국제적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GCF가 승인한 페루 아마존 지역에 대한 환경 보호와 소득 향상 국제협력 사업이 이 과정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ㆍ그린스쿨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