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에서 신세계와 두산이 사실상 승리했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면세점 제도 개편 결과에 따라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신생업체의 경우 자리를 잡을 때까지 '승자의 저주'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9월초부터 기획재정부·관세청·공정거래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로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 관세법 개정안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우선 면세점 운영 업체들로부터 정부가 걷는 수수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소수 업체에 면세사업 이익이 집중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기존 또는 신생 사업자 모두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연간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예로 들면, 현재 수수료율(0.05%)에 따르면 한 해 10억원만 내면 되지만 0.5%로 뛰면 무려 100억원을 납부해야한다.
현재 전국 시내 17개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4~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면세점 운영으로 이익은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수수료가 늘어나면 결국 유통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 뿐"이라며 "그러면 국내 면세점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관광 사업 자체가 죽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서울시내 새 면세점 운영 특허를 얻은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앞을 15일 많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아울러 "면세점 시장을 소수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 독과점 지위 업체들을 아예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 면세점 독과점 기준은 '면세점 특허(점포) 수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60% 이상'이지만, 앞으로는 특허 수가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넘어선 업체가 새 면세점을 가질 수 없도록 막자는 주장이다.
업계 '빅2' 롯데와 신라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특혜를 받은 게 아니라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이 도태돼 자연스럽게 독과점 지위에 올랐고, 막대한 투자 등을 통해 면세사업 역량을 키워온 결과인데 이제와서 손발을 묶는 게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경쟁력이 월등한 시장 선두업체들의 경우 자유 경쟁 체제에서 '생존' 가능성이 큰 만큼, 진입 장벽 철폐가 오히려 독과점 논란없는 성장을 보장하는 차선책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롯데면세점 잠실점(월드타워점)과 장충동 SK워커힐이 탈락하자 또 하나의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현행 '5년'인 보세판매장(면세점) 영업특허 기간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으나, 2년전 대기업 독과점 반대 기류 등의 영향으로 관세법이 바뀌면서 롯데·SK 등 기존 업체도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지원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하는 처지가 됐다.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는 법의 취지처럼 한 업체에 장기간 독점적 지위나 특혜를 주는 것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투자와 영업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탁월한 영업 실적을 내는 업체일지라도 5년마다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쟁을 치러야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실제로 이번에 탈락한 롯데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4,820억원)은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세 번째로 많고 지난해 이전·확정 과정에서 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까지 투자됐지만, 결국 월드타워에 자리를 잡은지 1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제대로 갖추는데 최소 5년 이상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면세점의 주인이 5년만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합리한만큼, 10년 이상으로 특허 기간을 다시 늘려달라는 주장이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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