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논란, 관광업체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국내 면세점 시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마련 중인 시장구조 개선 대책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획재정부는 면세점 사업자들이 관광업체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리베이트)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취지로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에 대한 공정위 의견을 물었다. 이 개정안은 면세점 사업자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경쟁적으로 관광업체에 리베이트를 주는 관행이 면세점 간 출혈 경쟁을 부추겨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ㆍ중견 면세점을 고사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공정위는 그러나 리베이트 제한이 시장경쟁을 저해하냐는 기재부 질의에 ‘우리가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며 발을 뺐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광업체 리베이트와 관련된 소비자는 주로 외국인 관광객으로 공정거래법이 보호하는 국내소비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공정위의 ‘면세점 이슈 거리 두기’는 이뿐 아니다. 공정위는 상위 1,2위 업체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인 면세점 시장이 과점(寡占) 시장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언제든 사업권을 박탈할 수 있는 면세점업의 특성상 롯데나 신라를 과연 과점 업체로 볼 수 있느냐’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더 많은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 등의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면세점 시장의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한 의원 입법안이 여럿 상정되면서 정부로선 과점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공정위는 관세청, 기재부 등 관계부처 질의에 ‘특정 업체를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기업결합이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같은 ‘사건’이 있어야 독과점 시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상품이나 시장에 대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3조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 입장에선 과점이 맞다고 판정해도, 아니라고 판정해도 어느 한쪽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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