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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 연구원도 교과서 집필진서 배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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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 연구원도 교과서 집필진서 배제 안해"

입력
2015.1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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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 방침에 논란 관변학자 위주 진행 우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알기 시민캠페인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들이 한국사 교과서 표지를 들고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알기 시민캠페인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들이 한국사 교과서 표지를 들고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전담할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17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의 필진 채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편의 이런 방침은 다수 역사학자들의 집필거부 선언 이후 해당 인력을 국책연구기관에서 모집하고 있다는 소문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장 등을 교과서 심의위원에 앉히겠다는 교육부 방침을 고려하면, 사실상 집필 및 심의 전 과정이 ‘관변학자’ 위주로 진행될 우려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일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사편찬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이날 “집필진 공모나 초빙 대상에 국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을 배제한다는 원칙은 없다”며 “최종 구성이 돼 봐야 알겠지만 유능한 분들이라면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국편은 학계의 잇따른 반발과 최몽룡 전 상고사 대표집필자의 사퇴로 필진 구성에 위기감을 느껴왔다. 이에 따라 국편은 고육책으로 국책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의 연구원들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동일 기관이 집필과 심의를 맡더라도 특정인이 겹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연석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장은 “연구원 개개인이 소신에 따라 제작에 참여할 뿐, 이들이 소속 기관을 대표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 공무원 신분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정부 입김대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관변’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지만, 일반 학자들에 비해 학문적 자율성이 크게 제약 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국편 내 국정교과서 개발 및 연구지원 조직인 ‘역사교과서 편수실’을 부활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현실화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국정화를 일방통행 식으로 추진해온 만큼, 편수실이 당초 명목대로 지원 역할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저작권이 국가에 있다고 생각하는 관료들은 부활한 편수팀을 통해 교과서 기술내용까지 손보려 할 것”이라며 “(국책기관 연구원의 집필ㆍ수정 동시 참여는) 정부가 국정화 추진을 공식화한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집필진과 심의위원 비공개 방침을 고수해 온 정부의 ‘밀실 편찬’ 방침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식 국정화저지네트워크 연구위원은 “교육부와 국편이 편찬 과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여론의 비판은 커지고, 이에 ‘깜깜이 행정’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집필진 모집 현황 등을 보면 국정 교과서의 완성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존의 검ㆍ인정 교과서 보다 많은 집필진(36명)을 꾸리겠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고교 한국사 집필진은 15명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중 원로 급으로 구성될 시대별 대표집필진 6명 중 5명은 중ㆍ고교를 겸하고 있어 집필보다 총괄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는 만큼, 실제 집필은 10명선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검ㆍ인정 교과서도 8~9명의 필자를 두고 있어 사실상 연 인원은 차이가 없다”며 “인위적 공모를 통해 모인데다, 헌법ㆍ경제ㆍ정치학자 등 비역사전공사들이 참여할 경우, 얼마만큼의 통일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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