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자산화 전략 콘퍼런스서 조언
“땅ㆍ건물 우선 매입 법으로 보장해야”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데는 경제적인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동체가 직접 마을에 필요한 건물과 땅을 소유하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가치 있는 마을공동체 창출에 힘을 쏟아온 마을 전문가로 유명한 스티브 클레어(사진) 영국로컬리티 전 부대표가 방한, 최근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을 위한 대안책을 제시, 관심을 모았다.
스티브는 1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자산화 전략 컨퍼런스’에서 강연자로 나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을을 직접 소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문화ㆍ예술가 집단, 자영업자 등이 모여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한 도심지역에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다. 서울시가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포구 마을생태계 조성사업단과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스티브 클레어은 최근까지 영국 로컬리티의 부대표로 일했다. 로컬리티는 2011년 4월에 만들어진 마을만들기사업체연합으로 회원 단체가 영국 전역에 750개에 이른다. 클레어 전 부대표는 “로컬리티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유기적으로 생겨나고 연결된 마을 조직”이라면서 “로컬리티 회원들은 각 마을 별로 주민중심의 조직이 있고, 사회적 기업 모델을 통해 공동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컬리티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체 기업이 마을이 토지와 건물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레어 대표는 “영국에서는 마을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토지와 건물을 공동체가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을 해놓고 있다”면서 “구청의 땅, 빌딩 중 안쓰는 공간을 공동체가 이윤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다면 공짜로 제공받거나 공동체가 직접 대출을 받아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로컬리티는 정부 지원을 받아 직접 마을 공동체에 중요한 자산을 등록하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클레어 전 부대표는 “공동체의 중요 자산에 등록된 로컬리티 회원 단체들의 자산만 해도 1,800여건”이라면서 “등록되면 매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 후 위성남 마포구마을생태계조성사업단장은 “그동안 정부 지원금으로 마을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급급했을 뿐 마을 스스로가 지역의 땅과 시설을 매입해 자립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 “영국의 지역자산화 전략을 참고로 우리 여건에 맞는 대응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회승 시 사회혁신담당관은 “이번 콘퍼런스는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시작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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